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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개는 절대 안 된다”라던 아버지, 개 데려오니 “아이고, 우리 예삐!”하는 이유는? - 상대의 철옹성 같은 반대를 무너뜨리는 데 가끔은 이런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 기사등록 2025-03-14 08: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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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수빈 ]


Pixabay

“개는 절대 안 된다, 데려오면 갖다 버리겠다.”라고 어떤 말로 설득해도 개를 집에 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아버지가 막상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니 가족 중 누구보다 강아지를 예뻐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들이 SNS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곤 했었다.

 

강아지가 집에 오면 본인이 나가겠다며 철옹성 같은 굳건함을 보여주었던 아버지의 무장 해제된 모습을 본 사람들은 영상을 보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고 동조하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버지들의 태도가 180도 바뀔 수 있었을까?

 


사후 보고 공략 처세술의 힘


위의 경우는 사후 보고 공략 처세술이 효과적으로 먹힌 사례임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간절하게 청해보고, 대안을 제시해 보고,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고 말해도 설득되지 않는 경우엔 이 사후 보고 공략 처세술이 가끔 효과적이다.

 

개를 집에 데려오기 위한 경우뿐만이 아니라 우린 사회에서 조별 과제나, 회사 업무 등에서 상대방과 아무리 이야기해도 내용이 진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선을 다해 설득해 봐도 별다른 이유 없이 넘어오지 않는 상대에겐,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이 아닌 상황이 마치고 사후 보고를 하는 편이 더 나을 수가 있다. 우회해서 부딪히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성향에 따라 넘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쉽게 설득이 될 때도 있다. 이 처세술이 특히 유용한 경우는 상대가 아무런 이유 없이 내 의견에 반대할 때이다.

 


이게 되네...?


Unsplash

반려동물 입양을 결사반대하던 아버지에게 사후 보고 공략 처세술이 먹힌 이유는 다음과 같은 심리적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1. 인지 부조화 이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신념에 반하는 요소가 나타나면 부조화 상태가 되어, 이를 조화시키기 위해 한쪽에 더 압박을 가한다는 심리학에서 널리 통용되는 인지 부조화 이론이 여기에서 적용될 수 있다. 평소 “개는 절대 키우면 안 된다”, “강아지 산책은 누가 시키고, 변은 누가 치울 것이냐” 등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개는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여겼으나 막상 개가 눈앞에 나타나면 자신의 이전 신념과 반대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때 인지 부조화가 발생하며, 사람은 이 불편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사고를 조정하려 한다. 결국, 개를 좋아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변화시켜 인지의 조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인지 부조화 현상은 이 이론을 제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1957년 진행한 실험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루한 실험을 재미있었다고 소문 내도록 지시한 후, 한 그룹에게는 1달러, 다른 그룹에게는 20달러를 보수로 지급했다. 그리고 실험 결과, 흥미롭게도 1달러를 받은 그룹이 더 적극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동시에 지루했던 실험이 실제로 재미있었다고 믿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낮은 보상이 거짓말과의 부조화를 일으켰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소문을 진실이라 받아들이며 심리적 균형을 이루려 했기 때문이다. 


2. 단순 노출 효과

에펠탑 효과라고도 불리는 단순 노출 효과는 1968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가 발견한 현상으로,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게 여겨졌던 존재라도 반복적으로 접하면 익숙해지고 애착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강아지를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자꾸 보고 함께 생활하다 보면 점점 정이 들게 된다. 이는 단순히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물건, 심지어 음악이나 음식에도 적용되는 원리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던 노래도 여러 번 듣다 보면 흥얼거리게 되고, 결국 좋아하게 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또 모르는 사람을 여러 번 마주치면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강아지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처음의 거부감이 점차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익숙한 것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본능적인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저질러 보는 용기


물론 이 방법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를 키우는 것을 결사반대하던 아버지의 마음을 돌린 것처럼 효과가 있을 때가 있다. 비단 반려동물의 입양에 관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우린 수많은 반대에 부딪힐 수가 있다. 이때 상대방이 별다른 이유 없이 무작정 반대해 설득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면, 사후 보고 처세술을 생각해 보라.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부모님이 반대할 때, 속도위반까지는 아니어도 기정사실을 만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렇게 되었습니다’라고 사후 보고를 했을 때 의외로 절대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허락을 받아낼 수도 있다.

 

단, 이러한 방식은 절대 아무 때나 가볍게 써선 안 되며 상대방이 별다른 이유 없이 반박할 때 또는 자신이 이를 저지름으로써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후 보고를 할 때 상대가 받아들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미리 정서적인 준비를 하고, 상대가 새로운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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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저질러 보고 “이렇게 되었다” 해보는 방법도 있는 것을, 또 가끔은 이 방법이 효과적으로 먹힌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신중함이 필요한 전략이기에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 방법은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상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반대할 때, 그리고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한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감정과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태도 또한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삶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경험한다. 한때 단호하게 반대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열렬한 지지자가 되기도 하고, 처음에는 거부당했던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때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 당신의 간절한 바람도 언젠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다.



 

참고문헌

1) 김문성. (2023). 처음 공부하는 독심술. 스타북스.

2) 강준우. (2024). 교양으로 읽는 최소한의 심리법칙. 북카라반. 

3)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2022). 마음의 법칙.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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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xcv02902025-03-16 20:13:54

    역시 부딪혀봐야 아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처럼 만능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진심으로 원할 때 한번쯤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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