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언
[한국심리학신문=이지언 ]
unsplash아쉽게 끝나버린 인간관계, 이루고 싶던 꿈, 사지 못한 물건. 이미 지나가 버린 것들이지만 우리의 머릿속에선 여전히 선명하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가며 차마 쉽게 버리지 못하고 계속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감정은 점차 깊어져 집착으로 변하기도 한다.
집착이란 어떤 것에 대해 계속 얽매여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마음이 쓰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의식하지 못한 상태로 집착하곤 한다. 사람, 일, 과거의 기억, 자신에 대한 기대 등 여러 면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감정이다.
일상 속 숨어있는 집착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상황에서 완벽함을 요구받는다. 우리 스스로 설정한 기준은 또한 점점 높아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더 가혹한 태도로 대하기도 한다.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구, 자신이 맡은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삶의 완성도를 높이고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과도할 경우 부적응적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점차 완벽함에 집착하는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완벽함에 대한 생각을 가질수록 과도한 긴장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 사고가 동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달성하기 더 어려워지고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피로만 누적될 수 있다. 완벽에 대한 집착은 정신 건강에 해가 되고 효율성까지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 관계에서의 집착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늘 대상과 상호작용하며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의 연인, 친구, 가족 등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과 유대감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하지만 지나칠 경우 상대에게 과도하게 몰입하며 상대방을 향한 강한 애착을 보이고 관계를 강박적으로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안심이 되거나, 상대가 자신을 떠날까 끊임없이 확인하려는 경우, 친구가 다른 사람과 친밀해지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하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관계 집착은 단순한 애정의 관계나 관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집착은 상대를 통제하려 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하게 만들어 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 물건에 대한 집착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소유물의 사용 빈도가 하락했거나 대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처분하지 못하고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축적된 물건에는 물건을 소유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근원적인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사람이 물건을 축적하고 소유하는 과정에는 그 물건의 단순한 기능과 목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물건에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의미를 부여한다. 더불어 그 사물과 자신 사이의 추억이나 감정 등을 통한 감정적 교류 담기 때문에 타인에게는 의미가 없는 물건이라도 본인에게 개인적 가치를 드러내는 이유이다. 본인에게 그 물건이 지니는 가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물건을 쉽게 처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단순히 정리하고 공간을 비우는 것을 넘어 그 물건과 연결된 기억이나 감정을 함께 정리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 집착
집착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 그중 일부는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어떠한 일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는 상황을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반추 사고는 집착과 일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반추사고는 부정적 정서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려는 방식이다.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다는 특징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사건에 대한 집중력을 낮추고 부정적 감정을 키운다. 심해질수록 사고의 유연성이 감소해 무의식 중 강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반추 사고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으며 조절을 넘어 때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추 사고의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감정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지배하는 특징 때문에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위험이 크다.
집착에서 벗어나 현재를 바라보기
집착은 생각보다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특별한 집착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이는 나만의 특징이 되기도 한다.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것이 우리의 성취를 돕고 삶의 목표를 이루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한다. 몰입을 통한 집중과 열정 나만의 집착으로 성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몰입이 지나치게 되면 성취에도 마음에도 하나둘 문제가 생긴다. 어느 하나에 마음이 묶여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것을 쉽게 놓으려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습관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현재에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 자꾸만 과거 그 자리에 고여있게 되는 것이다.
집착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으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동시에 반추 사고의 패턴을 파악하고 끊으려는 노력은 강박적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표를 설정에 유연성을 가지고 목표가 바뀌더라도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태도가 중요하다.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놓치게 되는 것은 소중한 현재의 순간이다. 집착을 버리고 더 넓은 시각으로 지금 상황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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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신한별(Hanbyul Shin),and 송현주(Hyunjoo Song). "분리-개별화 수준이 이성관계집착에 미치는 영향 : 자기 개념 명확성의 매개 효과." 한국심리치료학회지 13.2 (2021):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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