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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동훈 ]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나태주)

나태주 시인은 "당신은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다. 물론 둘 중에서 꼭 한 쪽만 고르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일생 동안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줄타기를 할 뿐이다. 다만 오늘은 ‘멀리서’ 바라보는 쪽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멀지는 않다. 딱 한 발짝 정도.



셀프(자기) 모니터링 Self-monitoring과 메타인지 Metacognition


정신의학에는 '셀프(자기) 모니터링'이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말해 한 발 물러나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의 감정과 나의 생각과 나의 행동을, 그것들이 이루는 '나'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걸음만 떨어져서 마주해보자. 그때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를 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는 '메타인지'가 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 활동을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는 것으로서, 인지에 대한 인지(thinking about thinking)로 번역된다. 정서와 사고의 흐름을, 행동의 이유와 목적을 인식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앎으로 발전하게 된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무슨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다 보면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해주는 것은 먼저 자신에 대한 앎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눈살이 찌푸려지고, 어떤 말을 들으면 특히 화가 나는가?

무엇을 할 때 마음이 평안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 기쁘고 충만한 기분이 드는가?


일상을 살다 보면 쉽게 잊고 놓치고 잃어버리게 되는 ‘나’를 되찾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나'를 되찾는 방법


  1. 1. 심호흡

늦은 밤 촛불을 켜고 잔잔한 음악을 틀고 복식호흡을 하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보다도, 우선 순간 순간의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춰서 숨 쉬는 것을 잊지 말자.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머리를 싸매고 그것에 골몰하다 보면 우리는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가 있다.


호흡을 되찾자. 숨소리를 가만히 들어보고, 가슴과 배가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것을 느껴보자. 공부를 하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모두 ‘나’다.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이내 ‘내’가 지금 여기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 하루는 ‘나’에게서 시작된다. 주체성을 잃지 말자. 나를 잊지 말자.


  1. 2. 일기

저마다 나름대로 솔직한 이야기를 쓰는 일기에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일기를 쓰며 ‘나’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나’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야 한다. 정보의 범주는 다양하다. 나의 지식, 흥미와 관심사부터 감정, 생각, 행동까지 ‘나’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기록하면 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시간을 들여 점진적인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오늘 친구를 만나서 즐거웠다’라고 적기보다는 ‘오늘 친구를 만났다. 나는 이 친구가 지닌 계획적이고 부지런한 성격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고, 종종 시간을 못 맞추고 5분, 10분 늦는 나를 군말없이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때로 친구가 독단적으로 자기 의견만 고집할 때면 조금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진지하게 한번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서로 마음이 상하지 않게 전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친구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주로 느끼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써볼 수 있겠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한 발 물러서기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신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가운데 꼭 해야 할 것들을 해내게 이끌고, 거짓과 기만이 뒤섞인 일상 속에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분별할 것인지 도와준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칫 쉽게 속기 마련인 '나'의 감정과 생각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고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가게 한다. 이처럼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것은 말 그대로 두 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깐 숨을 고르는, 준비와 도약의 의지인 것이다.

 

때로는 전체적인 숲을, 나무들 사이의 조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일상을 관망하는 여행자의 시선이고, 현세에서 떨어져 내세를 소망하는 신자의 시선이다.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옭아매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때 우리는 정말 자유로워진다.


물론 자유란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 일인가! 자유는 무언가를 더 소유하고 놓지 못하고 꿋꿋이 붙들 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역사와 숱한 성현들의 잠언이 알려주고 있는데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까닭은, 그것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참된 의미는, 때로는 전진하지 않아도, 후퇴를 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고 몸소 체험할 때 깨달을 수 있다. 한 발 물러서는 것은 그 자체로 용기 있는 실천이자 자유를 향한 위대한 발돋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에게서 멀어져야 역설적으로 마침내 '나'를 지킬 수 있다.




*참고 문헌

1) 오은영. (2015). 오늘 하루가 힘겨운 너희들에게. 녹색지팡이

2) 오은영. (2019). 오은영의 화해. 코리아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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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18 08: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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