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한국심리학신문=김동연 ]
평소 악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가? 썩 좋은 인상은 아닐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통해, 악어를 악당으로 학습해 왔다. 주인공이 곤경에 빠지는 순간에는 언제나 그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사실 악어의 이미지는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서도 그들은 유명한 악당이었다. 한 일화를 살펴보자.
악어가 악당이 되기까지
나일강 부근에서 악어가 한 아이를 납치했다. 아이의 엄마는 악어에게 아이를 돌려 달라고 사정한다. 그러자 악어는 여성에게 문제를 하나 던진다. ‘자신(악어)이 아이를 돌려줄지, 혹은 돌려주지 않을지’를 맞히면, 아이를 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답은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해 봐도 쉽사리 답하기가 어렵다. 문제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이 어떤 대답을 하여도, 악어는 그에게 아이를 돌려주지 않는다. ‘악어가 아이를 돌려줄 것’이라고 여성이 답할 경우, 악어는 ‘틀렸다’고 말하고 아이를 돌려주지 않으면 된다. 반대로 ‘악어가 아이를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여도, ‘틀렸다’고 말하면 된다. ‘아이를 돌려주려고 하였는데, 답이 틀렸으니 돌려줄 수 없다’는 변명이다. 즉, 어떤 선택을 해도, 여성은 악어로부터 아이를 돌려받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악어의 논법’으로, 오늘날 ‘답정너’와 비슷하다. 악어의 답은 정해져 있고, 너(여성)는 대답만 하면 된다.
참 야비한 녀석이 아닌가 싶은데, 한편으로는 동물이 정말 그랬을 리 없으니 불쌍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악어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악어새를 찾는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공생 관계로 유명하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선, 그들이 거짓 공생이라는 의견이 점화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와 철학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이래로, 둘을 공생 관계로 관습화하였다는 견해이다. 심지어는 악어가 악어새를 잡아먹는다고도 한다. 악어로서는 오명을 벗고자 기껏 악어새와 사이좋은 모습으로 포장했건만, 도리어 역효과가 났다. 억울한 심정에 눈물을 왈칵 흘리니, 사람들은 또 믿지 않는다. ‘악어의 눈물’은 ‘거짓 눈물’이란다.
세상에 악어만큼 불쌍한 동물이 있을까 싶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왜들 이렇게 악어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그렇다고 그를 변호하자는 글은 아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필요악으로 존재해야 하니, 차라리 동물을 희생양 삼아 방관할 뿐이다. 놓고 보니 악어는 그 이름부터 악역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어쩔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악어가 남긴 교훈
사실 가만히 있는 악어를 건드린 이유는 한 법칙을 논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도 그는 여전히 악당이다. 상황을 하나 가정해 보자. 당신은 악어에게 한 쪽 다리를 물렸다. 어떤 행동을 취하겠는가. 악어의 이빨은 압력이 상당하여 인간의 힘으로는 차마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양자택일이다. 죽거나, 물린 다리를 내주거나. 물론 후자를 택하는 편이 나을 성싶다. 일단 목숨은 부지하고 봐야 하니 말이다. 이처럼 ‘다른 것을 얻기 위해서, 소중한 것을 포기하며 고통을 감내한다’는 이론을 ‘악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비록 악어는 악하게 묘사됐지만, 이 법칙이 주는 교훈은 따스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선택하지 않을 것을 후회할 수도 있고, 선택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즉,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동반한다. 뒤집어 말하면, 어차피 선택에는 후회가 뒤따르니, 굳이 후회에 가중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선택했다는 그 자체로 이미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악어에게 다리가 물렸다는 것은, 악어가 있을 만큼의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했다는 방증이다. 사회적 인식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깊은 강과 험난한 늪지를 택하였다는 것이다. 그 선택에 다리 하나를 내주었지만, 그다음 선택에 다른 몸은 온전하다. 우리는 선택하면서 크든 작든 생채기를 입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상처를 영광으로 감내할 만큼 소중한 무언가를 얻는다.
애초에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는 말장난은 접어두자. 이것은 ‘악어의 논법’이 아니니까. 세상에는 무한한 갈림길이 있다. 그러니 나아가자. 길을 찾지 않으면 잃을 이유도 없다. 길을 잃었다는 것은, 적어도 길을 찾았다는 증거이다. 거리의 길치는 골치 아프지만, 마음의 길치는 언제나 환영이다.
* 참고 문헌
1) 경향신문 [Website]. (2005). ‘악어 논법’을 만났을 때 위기 탈출법
https://www.khan.co.kr/article/200511071527151
2) 무등일보 [Website]. (2024). (약수터) 악어와 악어새의 '거짓 공생'
https://www.mdilbo.com/detail/WYXZ2h/727232
3) 대구일보 [Website]. (2019). 상생과 인센티브
https://www.idaegu.com/news/articleView.html?idxno=361823
4) 브릿지 경제 [Website] (2023). [원 클릭 시사] 악어의 법칙
https://www.viva100.com/2023100601000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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