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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건우 ]



우리의 일상에 있는 시각적 욕구

 

카페의 창가 자리, 기차나 비행기의 창가석은 항상 인기 만점이다. 단순히 좋은 경치를 즐기는 것을 넘어 나의 시선에 대상을 두고 관찰할 수 있다는 점과, 자유롭게 시선을 이동하며 능동적으로 시각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본다는 것은 곧 권력을 의미한다.


서울의 어느 호텔은 객실의 경치에 차등을 두어 같은 급의 방이더라도 시티뷰, 한강뷰 같이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본다는 권력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타인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영상들 또한 인기를 얻었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유튜브 브이로그 같은 관찰 영상부터 ‘하트 시그널’, ‘솔로지옥’ 같은 짝짓기 예능이 그 예시이다. 관찰 예능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타인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시각적 욕구를 자극하고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관음증이란?

 

단오풍정(신윤복)/사진=간송미술관

관음증이란 타인의 나체 또는 성행위와 관련된 사람을 관찰하며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정신질환의 일종을 말한다. 절시증은 관음증의 일종이며, 목표 대상을 시야에 두고 싶어 하는 욕구로 봄으로써 생기는 즐거움과 시선에 대한 애착을 말한다. 관음증은 성적인 쾌락에 집착하는 비정상적 성도착 행위이지만 절시증은 성도착 행위에 집착하지 않고 정상적인 형태로 발현되는 시각적 욕구를 의미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가벼운 형태로 이러한 절시증을 경험한다.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거나 2층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내려다보는 것을 즐기는 행위들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 무의식중에 이러한 절시증의 형태를 경험하게 된다.



왜 이러한 시각적 욕구가 생기는 것일까?

 

시각적인 욕구는 사실 모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새로운 것들에 대해 정보를 얻으며 지식을 추구하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실패와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지적(知的)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관찰 학습을 통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다양한 상황에 알맞은 대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시각이다. 신체에 존재하는 감각 수용체 70% 이상이 눈에 존재하고, 뇌로 전달되는 정보 90% 이상이 시각을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은 시각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과 시각의 밀접한 관련성 때문에 인간은 시각적인 욕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성도착적 관음증의 원인으로는 성에 대해 불안정한 유년기 시절 성적인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강한 시각적 충격이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원인은 강박적이고 만족을 모르는 비정상적 욕망의 행위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의지가 아닌 수동적으로 받은 충격은 성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그러한 충격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 하는 비정상적인 욕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잘못된 시각적 욕망이 불러오는 문제

 

과다 노출(폴 레이더)/사진=Artnet

미디어가 발전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 중 카메라는 일상적 도구 중 대중이 가진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자주 이용된다. 카메라에 담긴 타인의 생활에 공감하고 친밀감을 형성하여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 욕구들은 잘못된 욕망으로 변형될 수 있다.


만족하지 못한 자극을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새로운 자극을 찾는 것이다. 최근 잘못된 형태의 시각적 욕망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파라치, 몰래카메라, 디지털 성범죄부터 나아가 성 착취, 성폭행으로도 이어져 피해자들이 고통받으며 영상이 유포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살아가게 된다. 성도착적 관음증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들을 만들어낸다. 이에 백지숙 문화 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몰래 카메라로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무한 권력을 갖는 것이다. 이미지의 증언성과 실제 복원력은 문자, 음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며 심지어 전능하기까지 하다.”

‘n번방 사건’ 같은 경우 집단 관음증이 만들어낸 추악한 범죄 사례 중 하나이다.

 


우리는 모두 감시자이자, 피감시자이다

 

파놉티콘/사진=나무위키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이 제안한 교도소의 형태 ‘파놉티콘’은  중심에 있는 감시자들이 외곽에 있는 피감시자를 감시할 수 있지만, 피감시자들은 감시자를 볼 수 없으며 감시자의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다. 피감시자들은 항상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게 된다.

 

당신은 카페 2층에서 통유리창을 통해 바깥의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무의식적으로 시각적 욕구를 만족한다. 그리고 잠시 후 당신의 무의식을 포착할 어떤 이의 눈길을 신경 쓰며 옷깃을 정리하고 카페 밖으로 걸어 나간다. 


우리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이라는 파놉티콘에서 우리는 감시자가 될 수도, 피감시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 문헌

1) [THEDAILYPOST],(2020),사람들은 왜 호기심을 가질까?, https://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5005

2) 정치윤.(2024).인간 시각 능력 향상 기술 동향 및 발전 전망.한국전자통신연구원,39(4),63

3) 김예란.박주연. (2006).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이론과 실제: 제작자 심층 인터뷰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학보, 20(3), 7-48.

4) 주형일.(2018). 영상커뮤니케이션과 기호학. 패러다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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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25 08:27:21
  • 수정 2025-03-25 16: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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