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희
[한국심리학신문=전세희 ]
올영세일 사진 출처: 시장경제
마트나 인터넷 쇼핑, 돈을 받고 물건을 파는 곳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다름 아닌 ‘세일’일 것이다. 세일이란 흔히 말해 정해진 값보다 싸게 파는 것을 말한다. 특히 요즘에는 세일 기간을 정해두고 다양한 제품을 할인하는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그리고 친숙한 올영세일 모두 해당 마케팅에 해당한다. ‘올영세일’이란 올리브영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정기 세일 행사로 성공한 마케팅 사례 중 하나이다.
하지만 올영세일을 비롯한 할인 기간에 우리는 예상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기 마련이다. 특히 ‘9,990원’ 혹은 ’19,990원’ 과 같이 많은 금액을 할인해 주는 것이 아님에도 다른 물건과 함께 충동적으로 구매해 버리기도 한다. 숫자는 무엇보다 정확한 값을 말해주는 객관적인 지표임에도 왜 우리는 숫자에 취약한 것일까.
수해력이란
문해력이란 주어진 글을 잘 읽고 그에 대한 목적과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처럼 수학에도 같은 개념이 적용되는 데 기본적인 확률과 숫자 개념을 처리하는 능력을 ‘수해력(Numeracy)’이라고 부른다. 간단한 실험으로 수해력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 중 빨간색 젤리빈을 더 자주 뽑을 수 있는 항아리는 어떤 항아리인지 3초안에 대답하면 된다.
Risk as feelings. 의 실험 장면
정답은 첫 번째 항아리이다. 간단하고 쉬운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분모를 통분한 후에 분자를 비교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해력이 높은 사람들은 시간안에 첫 번째 항아리를, 수해력이 낮은 사람들은 두 번째 항아리를 선택한다. 숫자의 의미를 해석하기 전, 빨간색 젤리빈에 이목이 집중되어 개수만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해력은 숫자를 보고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9990’원에 취약한 이유
다양한 할인 사진
그렇다면 왜 “9,990원”이라는 숫자에 이토록 취약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글을 읽는 방향과 수해력에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글과 숫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나간다. 우리나라 또한 같은 방향으로 모든 문자를 읽고 다른 나라보다 돈에 대한 자릿수가 꽤 많은 셈이다. 일본의 엔화와 미국의 달러를 비교하더라도 그렇다.
수해력이 낮은 사람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숫자를 읽는 동안 숫자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9,990원’의 첫 번째 숫자였던 9에 집중되어 버린다. 따라서 ‘9000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할인된 가격보다 더 싸다고 인지한다. 반면 수해력이 높은 사람들은 숫자를 끝까지 읽을 동안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9,990원’이 10,000원’과 더 가까움을 쉽게 해석할 수 있다. 숫자를 쉽게 바꿀 수 있고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많이 할인된 가격이 아님에도 쉽게 숫자에 현혹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가 숨어있다.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국어를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단순히 숫자를 읽는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일'이라는 매혹적인 제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할인 폭이 크지 않음에도 세일 기간에 예상보다 많은 돈을 쓴 경험이 많이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함정을 인지하고,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참고문헌
1) Loewenstein, G. F., Weber, E. U., Hsee, C. K., & Welch, N. (2001). Risk as feelings. Psychological bulletin, 127(2), 267.
2) Hodges, B. T., & Chen, H. (2022). In the eye of the beholder: The interplay of numeracy and fluency in consumer response to 99-ending price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8(6), 1050-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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