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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내 지갑을 얇아지게 할... "올영세일" - 세일 기간에 소비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 합리적인 소비처럼 보이게 만드는 "앵커링 효과"
  • 기사등록 2025-03-28 08: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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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수빈 ]


Pixabay

올리브영 세일 기간이 돌아오면 필자의 주변은 분주해진다. 지인들은 "오늘 올리브영 꼭 가야 해!"라며 인기 제품을 검색하고, 서로 제품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한다. 필자 또한 올리브영, 무신사 등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세일을 한다고 하면 괜히 ‘나 지금 필요한 거 없나?’ 생각하면서 사야 할 목록, 사고 싶었던 물건을 떠올려 본다.

 

이는 올리브영뿐만 아니라 창고 털이 세일, 정기 세일, 특가 세일 등 다양한 할인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평소에 그다지 갖고 싶지도 않았던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앵커링 효과에 걸려드는 소비자들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1부터 100까지 있는 룰렛을 돌린 후, 실험 참가자들에게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몇 퍼센트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룰렛에서 나온 숫자와 비슷한 값을 답으로 제시했다. 이는 우리가 처음 본 숫자에 영향을 받아 판단하는 '앵커링(닻내림) 효과' 때문이다. 마치 배가 닻을 내리면 일정 거리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비슷한 실험도 있다. "튀르키예의 국민 수는 3,000만 명보다 많거나 적을까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3,000만 명에 가까운 숫자를 답한다. 반면, "튀르키예의 국민 수는 3억 명보다 많거나 적을까요?"라고 질문을 바꾸면, 답변도 3억 명에 가깝게 나온다. 이처럼 우리는 처음 제시된 숫자를 기준(앵커)으로 두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 시장에서도 앵커링 효과는 빈번히 활용된다. 예를 들어, 원래 가격이 99,000원인 제품이 40% 할인한다고 하면, 우리는 99,000원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할인가인 59,400원이 매우 저렴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정작 99,000원이 원래 거품이 낀 가격일 수도 있다는 점은 간과한다.

 



‘최대 90% 세일!’이라고 하지만 의외로 할인을 많이 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올리브영 온라인 사이트 캡처 화면

올리브영에서 할인 중인 제품이다. 원래 가격은 40,000원이지만 현재 28,900원으로 할인 판매되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소에는 크게 관심 없던 제품이지만, 할인율을 보니 왠지 지금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진=네이버 가격비교 사이트 캡처 화면

그러나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이 제품을 19,990원에 살 수 있는 경로를 찾을 수 있다. 원가가 40,000원인 제품을 19,990원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원래 가격이 과연 얼마나 합리적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사진=올리브영 온라인 사이트 캡처 화면사진=네이버 가격비교 사이트 캡처 화면

마찬가지로, 올리브영에서 ‘오늘의 특가’로 50% 세일을 진행하는 제품도 네이버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세일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기쁜 마음으로 지갑을 열고 만다. 왜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앵커링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더 값싸게 살 수 있는 경로를 모색하기보단 세일 기간이 끝나기 전에 빨리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의 특가’처럼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는 할인은 소비자의 충동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하기에 금상첨화다.  


비슷한 예시로, 쿠팡에서는 재고가 많이 남아 있는 제품에 ‘품절 임박, 1개 남음’이라는 문구를 띄워놓기도 한다. 이는 소비자의 독립적인 구매 결정을 방해하는 '다크패턴'의 일종으로, 사람들이 초조함을 느끼게 만들어 충동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필자도 쿠팡에서 이 문구를 보고 초조해져서 살까 말까 망설이던 제품을 후다닥 구매했으나,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품절 임박, 2개 남음’이라는 문구가 다시 떠 있어서 헛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점은, 세일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구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실제 할인율은 높아 보이는 것일 뿐 의외로 높지 않으며, 한정된 기간에 세일을 한다고 광고해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가격표를 보지 말고 직접 값을 매겨 보자


세일 광고에서 "60%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면 놀라운 혜택처럼 느껴진다. 원가 150,000원짜리 옷을 60,000원에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다. 150,000원이라는 가격이 과연 합리적으로 책정된 것일까? 혹시 원래 60,000원이어야 할 옷이 인위적으로 높은 가격을 매긴 후 할인된 것처럼 보이진 않을까?

 

이러한 소비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가격표를 보지 말고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매겨보는 것이 좋다.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제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판단해 보자. 만약 제품에 매긴 가치보다 실제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면 그것을 사는 것은 합리적인 소비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당신도 만약 당신이 생각했던 가격보다 터무니없게 비싸다면, 그 제품이 아무리 파격적인 세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 세일이 고맙거나 기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원래 가격'이 아닌 ‘당신이 판단한 가치’가 기준점이 되는 방식으로 앵커링 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기준(앵커)이 되는 숫자를 ‘세일 전의 가격’이 아닌 ‘내가 이 제품에 매기는 가격’으로 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세일 가격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세운다면 백화점, 화장품 가게, 마트 등의 상술에서 벗어나 진정한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Unsplash

세일 기간을 활용해 평소 꼭 필요했던 물건을 저렴하게 사는 것은 분명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는가? 종종 필요하지 않던 물건도 "언젠가 쓸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할인된 가격을 보는 순간 앵커링 효과에 빠지기 때문이다.

 

다음번 세일 기간에는 할인율에 현혹되지 말고, 스스로 매긴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연습을 해보자. 세일 전 가격이 아닌 ‘내가 판단한 적정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앵커링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상술에 휘둘리지 않고 제품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소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현명한 소비 생활을 할 수 있길 응원하며, 그렇게 당신의 지갑도 삶도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1) 김경일. (2013). 지혜의 심리학. 진성북스.

2) 강준우. (2024). 교양으로 읽는 최소한의 심리 법칙. 북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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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eun53172025-03-31 22:43:03

    세일 기간이 되면 괜히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사고 싶어지는 게 사실인데, 이 글을 읽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특히 앵커링 효과가 가격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저도 “오늘만 특가!” 같은 문구에 급하게 결제한 적이 많았는데, 사실 더 저렴한 가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이제는 할인율에 속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먼저 떠올려 봐야겠다고 느꼈어요.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소비해야겠어요!

  • yeo_mazing2025-03-31 10:41:32

    평소에 가격표와 세일한 가격한 표를 비교하여 구매하는 편인데, 원래 가격이 납득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세일 퍼센트에 조금 혹해서 구매를 망설인 적이 있었습니다. 앵커링 효과가 판매 전략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자세한 예를 알 수 있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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