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한국심리학신문=김수현 ]
[막내 공녀의 총애를 독차지했더니, 모두 내게 집착한다]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내 연인이 도망쳤다]
[에리카 – 친구가 내게 집착할 때]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최근 실시간 순위 100위권 안에 든 로맨스 웹툰, 웹소설이다. 강렬한 제목들 사이에서 ‘집착’, ‘악역’, ‘도망’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해당 단어는 위 작품들 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단어의 주인공은 남주인공일 수도, 혹은 여주인공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특성을 나타내는 키워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작품들을 분석해 보면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은 서로 전혀 다른 키워드를, 남주인공끼리, 여주인공끼리는 유사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 #능력남 #다정남 #순정남 #집착남
우선 남주인공이다.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리디북스 인기 키워드를 살펴보자.
남자주인공은 ‘능력남’, ‘다정남’, ‘순정남’, ‘집착남’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랐다.
로맨스 웹툰·웹소설은 비교적 여성 독자가 많은 관계로, 남주인공이 가진 특성을 분석하면 그 시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다시 말해 욕망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다정남’, ‘순정남’이 선호되는 현재와 달리, 과거 인터넷 소설은 ‘까칠남’이 인기가 많았다는 데서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세가 ‘까칠남’에서 ‘다정남’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와 사회적 연결망 부재로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기 쉽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서베이피플에서 진행한 ‘국민 사회적 연결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일부 사람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한 관계중독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특히 관계 지향적 경향이 높은 여성에게서 심하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외로운 사회가 까칠·츤데레보다 다정과 순정을 선호하도록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집착남’이 인기 있는 이유도 설령 집착이더라도 외로움을 채워줄 상대를 갈망하는 것이다.
▲웹툰 <</span>올가미> 표지/ 네이버 웹툰
남주인공이 집착남 키워드를 가진 웹툰, 웹소설 중 하나다.
• #상처녀 #소심녀 #계략녀 #능력녀
여자주인공은 ‘상처녀’, ‘소심녀’, ‘계략녀’, ‘능력녀’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랐다.
‘상처녀’와 ‘소심녀’는 전통적인 클리셰 여주인공 키워드다.
‘상처녀’와 ‘소심녀’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은 남주인공이 부자이거나 능력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여주인공은 남주인공과의 계급 차이에 체념하는 태도를 보인다. 여주인공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꾸지만, 정작 백마 탄 왕자님과 같은 남주인공을 만나도 현실의 벽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과거 IMF 이후 겪은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현재 초혼 연령 상승과 전문성을 지닌 미혼 여성 인구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은 ‘계급 상승에 대한 여주인공의 체념적 태도’에 크게 공감하고 동일시하고 있다. 그들이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다.
‘계략녀’와 ‘능력녀’는 시대적 사회가 변화하면서 새로 등장한 키워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복합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시작점이다. 그들은 가녀리고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개인 역량으로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가며, 때로는 남성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 이 경우 남성 파트너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욕망을 보이기도 한다.
▲웹툰 <</span>록사나 :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 표지/ 카카오페이지
여주인공이 계략녀, 능력녀 키워드를 가진 웹툰, 웹소설 중 하나다.
‘상처녀’와 ‘소심녀’가 좌절과 체념적인 태도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면, ‘계략녀’와 ‘능력녀’는 눈물만 흘리는 주인공이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고 저항하는 모습으로 매력을 불러일으켰다.
• 다음 대세 키워드는?
요약하자면, 현재 로맨스 웹툰•웹소설은 과거 여주인공이 보여주던 특성이 공감, 배려가 남주인공에게 나타나고, 여주인공은 낭만적 사랑 이상으로 커리어 포부와 성장이 무척 중요하게 나타난다. 고정화된 성별을 뛰어넘어 독자들의 새로운 기대 지평과 미의식, 폭력적이지 않고 평등한 남녀 관계를 지향하는 독자들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소설에서 웹소설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변화처럼, 앞으로 다양한 로맨스 작품이 나오면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키워드는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집착남'과 '계략녀'를 뛰어넘을 다음 대세 키워드는 무엇일까.
* 참고문헌
1) 조수연, 오하영. (2020). 웹소설 키워드를 통한 이용 독자 내적 욕구 및 특성 파악. 한국정보통신학회논문지, 24(2), 158-165.
2) 김예니. (2022). 대중서사 속 ‘클리셰’의 변화양상 - 로맨스 웹소설을 중심으로 -. 돈암어문학, 42, 7-35. 10.17056/donam.2022.42..7
3) 김재희. (2020년 6월 29일). ‘신데렐라 스토리’ 안 통한다?…영화·드라마 속 다양해지는 여성 서사.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00629/101736068/1
4) 손원천. (2025. 02. 24). 우울한 사회가 극단 범죄 부른다…국민 70% “외로움 느껴”.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5/02/23/202502235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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