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완
[한국심리학신문=김도완]
체벌의 시대를 살았던 어른은 정말 아무렇지 않았을까?
중학교 당시, 우리 동네는 체벌이 사라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기도 했다. 그중 한 선생님은 자신의 키의 절반만 한 크기의 각목을 들고 다녔었다. 학교에 다닌 지 얼마 안 됐을 4월 무렵 반에서 잘못한 친구가 있으면 본보기로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씀과 함께 커다란 각목으로 엉덩이를 맞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억울함만이 남아있다. 아직도 체육대회 당시 점심을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함께 먹었는데, 용기 있는 친구들만 바로 옆 친구에게 조용히 장난을 쳤고 그 외에는 아무도 대화하지 않고 밥만 먹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아무도 없는 층에 따로 존재했던 반 위치의 특성상 그날은 유독 더 조용했고 즐거움이 가득해야할 체육대회는 그렇게 끝이 났다.
시간이 약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선생님만은 기억에 남는다. 숟가락을 드는 소리만 들리던 교실과 나만 유독 강하게 때린 것 같은 억울한 기분이 문득 떠오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선생님이 1년만 근무하고 다른 곳으로 가셨다는 것이다. 이후로는 체벌이 완전히 사라졌고, 어느 선생님도 회초리를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러한 체벌은 어디로 갔을까?
부모에게로 이동한 아동학대
85.9%로 높은 비율을 보여주는 부모의 학대, 보건복지부 제공
2023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신고 접수된 건수는 48,522건으로 2022년에 비해서 5.2%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부모가 아동학대 가해자의 85.9%를 차지하며, 초·중·고교 직원은 3.1%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많이 이루어진 학대 유형으로는 “정서학대, 중복학대, 신체학대, 방임, 성학대” 순서로 나타났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체벌이 부모에게로 권위가 옮겨진 형태처럼 보인다. 이렇게 증가하는 아동학대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학대를 경험한 아동, 성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동복지법 법률에서 정의한 아동학대란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 그리고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부산대학교에서는 “학대 피해경험이 심리사회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하혜주)” 연구에서 우리나라에 있는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릴적 받은 학대가 심리사회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어릴적 학대 받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학대 경험이 없는 청소년에 비해서 우울, 공격성 등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자아존중감 및 진로 정체감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또한, 또래 관계에서도 소외를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KAIST, 사회성 결핍으로 인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성상세포(별아교세포)에 작용하는 방식, 출처: KAIST NEWS
심지어 최근에는 아동학대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신체에 부정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연구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위험한 상황에 마주하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호르몬이란 물질을 방출해서 위험에 대비를 한다. 그중 코르티솔에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이란 스트레스 호르몬에 포함된다. 해당 호르몬은 정상적인 수준에서는 당 분해를 조절하고 염증을 낮추는 기능을 하며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우울증·불안 증세와 같은 여러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이에 관해 KAIST 정원석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학대 유형 중 하나인 조기 사회적 박탈(ESD)을 경험한 쥐를 통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합성 글루코코르티코이드(synthetic glucocorticoid)가 뇌세포의 활동을 돕는 성상세포(astrocyte)에 작용해 세포 제거 신호로 작용하는 MERTK 포식 수용체의 발현을 증가시켜 신경세포인 흥분성 시냅스를 과하게 제거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해 뇌세포를 도와야 하는 성상세포가 반대로 뇌세포를 잡아먹는 것이다.
인제대학교 강덕경, 서미경 외 4인의 연구팀에서 “생애 초기 스트레스가 성체기에 Sirtuin 1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해마에서 Sirtuin 1 단백질을 억제시키면 신경가소성이 감소하며, 이러한 감소는 만성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우울 유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는 점을 이용해서 어린 시절 학대 중 하나인 모성 분리를 경험시킨 쥐를 대상으로 Sirtuin 1을 만드는 유전자에 변화가 있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모성 분리를 경험한 쥐의 해당 단백질의 발현이 청년 시기와 중년 시기 둘다 감소한 것을 관찰했다. 즉, 어릴적 학대로 인해 우울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어린 시절 학대와 체벌이 우리의 유전자 및 호르몬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며, 실제 피해 사례를 보아도 학대받은 어린이는 정서적인 문제(우울, 공격성 등)를 겪고, 자아존중감이 낮아지며, 또래와 잘 지내지 못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경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도 세상이 처음이야.
"아이들은 순수악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이들이 너무 순수한 나머지 본인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남들에게 나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사회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쉽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법이다. 이를 생각해 보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미안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오은영박사가 소개하는 올바른 훈육 방법
훈육하기 전 마음에 새겨놔야할 리스트들, Mabe by FREEPIK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이고 육아 코칭을 진행하는 오은영 박사가 올바른 아이 훈육 방법과 훈육에 지칠 때 생각해 볼 것들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었다.
오은영 박사는 체벌하고 훈육 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가 “왜 얘는 나를 힘들게 만들까”, “어떤 관점으로 훈육을 진행해야하는가” 그리고 “왜 내 아이가 미워졌는가”를 고민하는게 시작이라고 한다. 또한 훈육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절대 그 자리를 뜨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아이가 자리를 가둬놓거나 버리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아이가 공격성을 보일 경우 체벌 보다는 공격을 허용하지 않도록 들어 올려서 안고 발길질 하지 못하게 아이 옆구리를 안쪽 허벅지로 받쳐주며, 햘퀴거나 물건을 던지면 두 손을 강하게 잡아서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가 있음”을 생각하게 해야한다. 이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아이를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만약 아이가 울어도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릴거야”라고 말 한 뒤 기다려야하며, 풀어주면 말 잘 듣겠다는 말에도 약해지지 말고 “엄마 눈을 봐”, “고개를 들어”와 같은 간단한 지시를 내린 후 눈을 피한다면 더 기다려줘야한다. 마침내 아이가 조용해지면 “그러면 안 돼”와 “하지 마”처럼 간결하고 단호하게 말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때도 격양되지 않고 단호하고 차분하게 말해서 이 상황이 혼내는 것이 아닌 가르치는 마음을 전달하는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① 훈육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 ‘왜 화가 났는지’와 ‘어떤 관점에서 훈육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② 훈육할 때 절대 자리를 벗어나지 않기
③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번쩍 들어 올려 안고 안전하게 잡기
④ 잡고 있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기
⑤ 아이가 울더라도 “울음을 멈출 때까지 기다릴 거야”라고 말한 뒤 차분히 기다리기
⑥ 아이가 조용해지면 “그러면 안 돼”라고 단호하고 간결하게 말하기
이외에도 오은영 박사는 훈육에 지친다면 다음 몇가지를 생각해 보라 조언한다.
① 훈육의 본질이 아이가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임을 상기하기
② 강압적인 훈육은 더 강압적인 방법을 쓰게 만들어 지치고 저항감만 만들게 만듦을 기억하기
③ 훈육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아이에게 옳고 옳지 않은 일을 알려주는 과정임을 기억하기
④ 훈육은 천천히 시간을 염두해야 효과적임을 기억하기
⑤ 훈육을 남발하지 않기. 사소한 것 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훈육하기
마무리하며
새로운 지혜를 나눠줘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보자. Mabe by FREEPIK
영국의 작가인 티나 브라운은 “임신한다는 것은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 남편과 아이 모두에게”라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아이는 우리에게 많은 긍정적인 경험을 안겨준다. 그러나 가끔은 아이가 사고를 치기도하고 생각처럼 되지 않아 화가 날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체벌 보다는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전달해보는게 어떨까?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해서 앞으로의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 하루도 지혜를 넘겨주자.
참고문헌
1) 하혜주, 심은정. (2020). 학대 피해경험이 심리사회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성향점수매칭분석. 한국청소년연구, 31(4), 223-249. 10.14816/sky.2020.31.4.223
2) Sun, Y., Liao, Y., Zhang, Y. et al. Genome-wide interaction association analysis identifies interactive effects of childhood maltreatment and kynurenine pathway on depression. Nat Commun 16, 1748 (2025).
3) 강덕경, 서미경, 석대현, 김명훈, 표세영, 박성우. (2025). 생애 초기 스트레스가 성체기에 Sirtuin 1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 생명과학회지, 35(1), 1-11.
4) 카이스트 뉴스, 아동 학대로 인한 정신질환 발병 원인 최초 규명(2023.08.01)
5) 찾기 쉬운 생활 법령 정보, 아동학대의 대상 및 범위
https://www.easylaw.go.kr/CSP/CnpClsMain.laf?csmSeq=1125&ccfNo=1&cciNo=1&cnpClsNo=1
6) 동아일보, 아이 훈육에 지칠 때 생각해볼 것들[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20615/113934758/1
7) BabyNews, 육아멘토 오은영이 전하는 올바른 훈육법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808
8) 보건복지부 2023년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10100&bid=0027&act=view&list_no=1482953&tag=&nPage=1
9) 코메디닷컴, 임산부의 날, 어머니 떠올리게 하는 임신-출산 명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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