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빈
[한국심리학신문=윤수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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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 "그때 비트코인을 살걸"이라며 아쉬워하고, 금값이 치솟으면 "그때 금을 사둘걸"이라고 후회한다. 시험 전날이면 "미리 공부할 걸" 하고, 과제 마감일을 놓치면 "그냥 기억났을 때 해놓을걸"이라고 자책한다. 하지만 이는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경험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살면서도 정작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후회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지나간 일에 대해 "만약 ~했더라면" 하고 가정하는 사고방식을 '사후가정사고'라고 한다. 특히 "만약 이렇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은 '상향식 사후가정사고'라 하며, 반대로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빴을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향식 사후가정사고'라 한다.
후회하는 인간의 심리
사후가정사고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가상의 상황을 비교하며 이루어진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촬영된 메달리스트들의 표정을 분석한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코넬대학교의 빅토리아 메드백 교수와 톨레도대학교의 스콧 메디 교수는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의 표정이 더 밝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두 그룹의 사후가정사고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은메달리스트들은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라며 상향식 사후가정사고를 하고, 동메달리스트들은 "조금만 못했으면 메달도 못 딸 뻔했네!"라며 하향식 사후가정사고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같은 결과라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만족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후가정사고와 감정의 관계
한국청소년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생 468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상향적 사후가정사고를 하는 집단은 우울, 불안, 분노 등 부정적인 정서가 증가했고, 주관적 안녕감(삶의 만족도)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하향적 사후가정사고를 한 집단은 긍정적인 정서가 증가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후회 대신 안도하는 법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우리는 하향식 사후가정사고를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더 나빴을 수도 있었어"라고 생각하는 연습을 하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그래도 낙제는 면했네"라고 생각하면 좌절감을 덜 느낄 수 있다. 실생활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한 뒤, 현재가 그보다는 나음을 인식하는 태도를 가지면 후회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완화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를 ‘정신 승리’라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불필요하게 괴롭히는 것보다야 훨씬 건강한 사고방식이다.
물론, 안도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하향식 사후가정사고로 감정을 추스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후회가 남는 사건이 있었다면 그 경험에서 배울 점을 기록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계획을 세워보자. 예를 들어, "그때 시험 공부를 미리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회했다면, 다음 시험에서는 미리 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것으로 실천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후회는 한 번 시작되면 끝이 없다. 누구도 완벽한 인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후회하는 것도 습관이고, 후회하지 않는 것도 습관이다. 후회는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지만, "그때 샀으면 지금 부자 되는 건데...", "미리 공부했으면 시험 잘 볼 수 있었는데..." 같은 상향식 사후가정사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과거의 실수는 지나간 일로 받아들이자. 타임머신이 없는 한, '상향식 사후가정사고'는 그야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사고방식일 것이다.
참고문헌
1) 박준호. (2014). 대학생의 사후가정사고가 정서경험과 주관안녕에 미치는 영향. 한국청소년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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