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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최지현]



일정 시간 동안 지구를 지배하던 붉고 거대한 존재가 사라진 시간에, 높은 곳에 올라가 밤을 맞이한 세상을 본 적이 있는가? 하늘은 어둠으로 덮여졌지만, 그 아래 수많은 반짝임이 도시 속 은하수를 만들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장관인 야경은 보는 내내 눈을 땔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아름답고 찬란하다.

 

야경 속 수많은 불빛들은 우리가 밤을 이용해서 얼마나 발전해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한다. 과거의 선조들은 풀숲에서 반딧불이를 잡아 그 빛으로 공부하고, 작은 병에 불을 담은 호롱불을 들고 거리를 나섰다. 하지만 빛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후 인간은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밤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길거리의 가로등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고, 건물 내 전등이 더 많은 연구와 생산을 이루어 냈으며, 다채로운 조명이 문화생활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이제 밤은 어둡지 않다. 사람들은 어둠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둠을 잃은 밤은 사실 더 무서울지도 모른다.

 


눈부신 불편함, 빛 공해


국제천문연맹(IAU)은 자연 상태의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으면 ‘빛 공해’로 규정하고 있다. 빛 공해(또는, 광공해)는 빛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인간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 빛이 필요 이상으로 밝거나 원하는 영역을 넘어 누출될 때 쾌적한 야간 환경을 방해하는, 엄연한 환경오염의 일종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세계 2위 빛 공해 국가라는 명칭을 얻었다. 당시 조사 기준으로 한국의 89%가 빛 공해 지역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작은 땅 크기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국내의 빛 공해 관련 민원과 갈등도 점점 놀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와 주민들의 법적 공방 사태인데, 네이버 본사 건물이 외벽 전체가 녹색을 띄는 통유리로 되어 있어 건물에 반사되는 빛에 의해 주민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10년간의 공방 끝에 대법원은 아파트에 유입되는 반사광의 밝기와 유입 시간이 시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을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여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불을 끄면 흘러가는 시계


인간을 포함한 생물에게는 생체 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일주기 리듬에 맞춰 흘러가는데, 이 리듬의 지휘자가 바로 시상하부에 있는 “시교차상핵”이다. 원래 어두워지면 수면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그러나 청색광이 우리의 눈을 통해 들어오면 시교차상핵은 낮이 되었다고 인지하고 간뇌에 있는 “송과선”에 신호를 전달한다. 이제 멜라토닌의 생산을 억제하고 우리 몸은 활동 준비에 들어간다. 즉, 적절하지 않은 시간대에 빛이 들어오면 생체 시계가 부정확하게 맞춰지고, 이로 인해 불면증을 유발되거나 기분장애가 나타나며 몸이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서 불면증 치료를 할 때는 오전 중에 햇빛을 쬐면서 운동하는 것이 일주기 리듬 안정화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은 인체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체 리듬이 깨진다는 것은 순발력, 창의력, 집중력이 떨어져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 수도 있고, 심하면 우울증, 두통, 소화불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도한 빛은 편두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형광등의 부적절한 스펙트럼이 스트레스와 불안을 증가시켜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정상적인 학습 과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생태계도 자신만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자연에서의 밤에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열심히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철새들은 야간 비행을 주로 한다. 하지만 밝은 빛이 있으면 방향 감각을 잃고 건물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갓 태어난 바다거북도 물에 반사된 달빛을 찾아 바다로 이동하는데 인공조명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식물 역시 인공조명에 의해 밤에도 광합성이 이루어지면서 결실불량을 겪거나 불규칙한 개화가 이루어져 벼농사에 피해가 가기도 한다. 

 

 

진정한 밤의 의미


어느 하루, 어쩌다 조명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밤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다.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밤을 마주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자유로이 마음껏 반짝이며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광경은 숨이 멎을 만큼 경이로웠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는 이 작고 소중한 반짝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어둠 속에 들리는 자연의 리듬에 잘 귀 기울이면 때론 도시의 빛보다 더 중요한 것을 들려줄 수도 있다. 




참고문헌

1) 정영민, 김상찬. (2018). 빛공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제주대학교.

2) 서원극. (2024). 우리나라가 세계 2위 '빛 공해' 국가?. 소년한국일보.

3) 박영민. 정신건강과 빛 공해. 정신건강의학과 최신정보지 2020 December Vol.1 No.5.

4) 조재상, 배현진, 추미현, 이현영, 김기원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광공해의 현실과 실용적 해결방안. 2006 대학환경상 공모 수상집.

5) 아네테 크롭베네슈. (2021).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이지윤 옮김.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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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16 08: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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