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서
[한국심리학신문=유영서 ]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외형과 흡사한 로봇들이 계속 출시되는 추세이다. 이 로봇들은 단순히 외형만 인간을 닮은 것이 아니라, 표정 및 말과 행동까지 비슷하게 따라하여 놀라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로봇들을 보면 놀라움 이전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먼저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바로 불쾌감이다. 마치 마네킹을 소재로 한 괴담이 많은 것처럼, 인간은 자신과 닮은 어떠한 존재에게서 공포심과 불쾌감을 쉽게 느끼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
조선일보 1)
흔하게 들어볼 수 있는 말일 것이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이란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인 모리 마사히로 도쿄 공업대학 명예교수가 발표한 가설이다. 이 현상은 위의 그래프를 통해 설명된다. 세로축은 친화감, 가로축은 유사도인데 원점에서 멀어질수록 친화감과 유사도는 증가한다. 인간은 로봇이 인간의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친화감과 유사도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친화감이 급격히 추락하고 인간이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영역이 나타난다. 모리 교수는 이 영역을 ‘불쾌한 골짜기’라고 이름 붙였다.2) 실제로 뉴스나 유튜브 상의 로봇 공개 콘텐츠에서 인간과 일정 부분 비슷한 형태의 로봇은 큰 거부감을 유발하지 않지만, 인간의 생김새와 표정까지 비슷하게 구사하는 로봇은 원성을 사는 일이 드물지 않다.
혼란스러운 인간의 뇌
그렇다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뭘까? 인간은 오랜 진화를 걸쳐 현대에 다다르는 동안 타인의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잠깐 스치는 표정만으로 감정 변화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데, 로봇의 생김새와 표정은 이러한 감각에 혼란을 일으킨다. 로봇이 아무리 정교한 외형을 가졌더라도 이목구비와 사용하는 근육에 따라 표정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인간과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봇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감지하는 순간 인간은 이질감을 느끼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공포심과 불쾌감이 유발된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면 뇌가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생물학적 경계 그 어딘가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가장 불쾌한 사물로 밀랍인형, 마네킹, 자동인형을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이런 사물들이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비인간을 결합하고 있어 사람들에게 일종의 혼란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한다.3) 인간은 살아있는 것과 아닌 것을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로봇은 살아있는 것처럼 말하고 움직이지만, 결코 우리와 같은 생명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걸쳐있는 로봇은 우리의 인지 시스템에 혼란을 야기하고, 때때로 기괴한 느낌까지 자아내기도 하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아직까지 과학자들에게 로봇의 ‘불쾌한 골짜기’ 현상은 완벽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난제이다.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인간의 심리와도 밀접하게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는 중이다. 첫 번째는 로봇을 인간과 닮게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 로봇 다운 모습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한눈에 봐도 인간과 구분되도록 만들면 거부감을 느낄 이유도 없어진다. 두 번째는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로봇을 만드는 방법이다. 최근 개발되는 로봇들은 인간과 미묘하게 다른 부분에서 이질감이 유발되는 것인데,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기술로 로봇을 만들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완벽한 기술이 없다면 더 큰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로봇과 함께할 미래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지만, 이미 로봇의 보급화는 진행되고 있다. 로봇청소기의 상용화가 바로 그 증거이다. 심지어는 로봇청소기에게 정을 주며 이름까지 지어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로봇은 점점 더 우리의 일상에 가까워질 것이다. 어쩌면 로봇과의 상호작용이 익숙해짐에 따라 ‘불쾌한 골짜기’ 현상은 자연스레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과 닮은 로봇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취급할 수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로봇은 더더욱 친근한 존재로 다가올 수도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로봇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참고 문헌
1) 현기성, 불쾌한 골짜기 이론, 조선일보, 2023.01.30.
2) 최호경, 불쾌합니까, 휴먼?…‘불쾌한 골짜기’, 아시아경제, 2024.08.26.
3) 김동훈, 불쾌하다고?…맞아, 그걸 노렸어! 자본주의 질서에 한 방 날리다, 경향신문,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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