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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유예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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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이라고 속아서 샀지만 치료 효과가 있었던 약이 그저 비타민 C같은 일반적인 건강 보조제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사기를 당했다며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고통을 주었던 만성질환이 그 가짜 약으로 인해 나아졌다면 그 치료를 정말 가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듯 실제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가짜 치료법을 플라시보(Placebo)라고 하며 플라시보 효과는 이 가짜 치료법에 대한 반응을 의미한다.

 

플라시보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다. 가짜 치료가 진행된 후 환자가 자연적으로 회복했을 경우 이것이 가짜 치료에 의해 회복된 것인지 단순히 환자가 병이 나을 때가 되어 나아진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경우에는 플라시보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임상 실험에서 실험자나 환자가 편향된 보고나 측정을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에 측정이 온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플라시보와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 신경과학이나 심리학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플라시보에 대한 혼란과 오해는 더 깊어졌다.

 

플라시보와 영화


Fabrizio Benedetti라는 학자는 영화가 플라시보 효과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며 플라시보 효과가 일상생활의 더 넓은 틀 내에서 해석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영화가 허구임을 알면서도 실제와 같이 강렬한 심리적 생리적 반응을 유발하는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하며 관객은 플라시보와 마찬가지로 영화 속 상황이 가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본능적으로 신체적 반응이 촉발된다고 말했다. 호러 영화에서 관객은 피해자나 가해 도구, 가해자, 피, 사건 현장 등 모든 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로맨스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이 갖는 시련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주인공들의 희노애락이 가짜라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강력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며 종종 그것이 행동 반응으로도 나타난다. 인간은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생존을 위해 강한 감정 반응과 행동 반응을 보이는 생명체로 진화했다고 예상되는데 영화 시청은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생존이 걸려있지 않음에도 유사한 반응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현실 상황을 모방하는 것만으로도 반응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요 반응 유형으로 감정 반응, 심장 박동 수가 변화하고 혈압 변동이나 피부 혈류 및 땀 분비를 조절하는 자율신경계 반응, 응고 인자를 활성화하고 뇌 산소화 수준을 변화시키는 생화학적 반응이 있다. 특히 공포 영화 시청 시 혈액 응고율 상승을 보여주는 응고 인자 활성화와 감정적 장면 시청 중에 전두엽의 산소화 수준이 변화하는 뇌 산소화 수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확인되었다. 

 

플라시보의 효능


Fabrizio Benedetti는 플라시보가 단순한 무효약이 아니라 언어, 상징, 의료진과 환자 간의 상호 작용 등이 치료 의식 전체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여러 심리사회적 맥락이 환자의 뇌에서 실제 생리적, 생화학적 매커니즘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Fabrizio Benedetti는 환자가 가짜 치료라는 사실을 모르는 기만적 플라시보와 치료가 가짜라는 것을 환자가 인지하고 진행되는 가짜 치료인 개방적 플라시보를 이야기하며 영화가 개방적 플라시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치료가 가짜임을 환자에게 알린 후 투여하고 환자 역시 혜택을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의식적 믿음이 플라시보의 필수 요소가 아님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대와 조건화(expectation and conditioning)의 이중 매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짜 약물이지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식적 예측(expectation)은 실제 약물과 유사한 뇌 영역 및 도파민이나 오피오이드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한다. 반대로 진짜 약물과 치료 의식을 반복 결합한 뒤 의식적 기대 없이 의식 그 자체만으로 생리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조건화이다. 예를 들어 주사를 놓는 의식만으로 이전에 주사를 맞고 나아졌던 경험이 자동으로 연결되어 진통 효과를 내는 것이다. 대표 실험 사례로 진통제 조건화 후 환자에게 항생제라고 속여 비 항생제를 투여했을 때 진통 효과가 재현되었으며 과민성 장 증후군이나 우울증, 만성 통증 및 가려움, 피로 개선이 개방형 플라시보 실험에서 증명되었다.

 

플라시보의 장단점


Fabrizio Benedetti는 치료사와 환자의 사회적 공감적 상호작용 역시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이야기하며 질병의 심리적 요소가 질병의 경과나 치료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플라시보 효과의 이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기꾼이나 무자격자들이 약물 없이 심리 조작만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자신의 사기 행각을 옹호하는데에 플라시보 효과를 들먹이는 비의료적 단체에 대한 경각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플라시보는 병을 낫게 하는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 완화 도구임을 명확히 밝히고자 했으며 질병의 유형에 따라 통증이나 근육 강직과 같이 심리사회적 요소가 큰 질환에서만 플라시보 효과를 사용하고 전염병이나 암과 같은 기초적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플라시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Benedetti는 플라시보 효과가 위와 같이 상식에서 어긋나는, 현대 의료 과학 기술을 부정하는 사기 행각으로 이어져서는 안됨을 밝히며 영화에 의한 시청자의 반응이 플라시보 효과의 심리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영화와 플라시보 효과를 비교하는 이 연구를 통해 플라시보에 대한 대중적 이해도가 올라가고 약물 반대 집단에 남용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Benedetti, F. (2021). Placebos and movies: what do they have in common?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30(3), 274–279. https://doi.org/10.1177/09637214211003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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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05 0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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