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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흘린 피 땀 눈물의 무게... 스포츠 선수들의 멘탈관리법
  • 기사등록 2021-08-12 09:29:13
  • 기사수정 2021-08-12 09: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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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임나영 ]


코로나19로 지쳐 있던 일상에 새로운 화색이 돌고 있다. 바로 전 세계인의 축제 2020 도쿄올림픽이다. 각국 대표 선수단은 뜨거운 열정으로 국민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이 이번 올림픽을 위해 짊어져야 했던 것들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미국의 체조선수 시몬 바일즈가 기권한 것은 전 세계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0개의 메달을 획득한 선수이기에 이번 올림픽 역시 그에게 건 기대가 매우 컸다. 하지만 단체전에서 가장 자신 있던 도마 종목에서 낮은 점수에 그쳤고 나머지 3개 종목은 기권하였고 개인전까지 포기하였다. 바일즈는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 안정을 위해 물러났다”고 설명했고 “세상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하기 보다 우리의 마음과 몸을 보호해야 한다. 선수도 인간이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바일즈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용기있는 결정에 세계는 비난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이렇듯 올림픽에 선다는 것은 굉장한 심적 부담을 수반하는데 전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는지 그 멘탈관리법과 이런 멘탈관리가 우리에게도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함께 다루어 보았다.

 


SBS 뉴스 화면 캡쳐. 시몬 바일스 기자회견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단의 멘탈코치인 조너선 페이더에 따르면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하는데 크게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의식화된 행동을 수행하며 다음 상황에 집중해라. 



이는 곧 루틴(routine)이라 할 수 있는데 루틴이란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한 습관 또는 절차를 말한다. 루틴은 선수가 대회장의 수많은 방해요소에 영향받지 않고 오로지 퍼포먼스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며 루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불안과 긴장을 조절할 수 있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은 경기 전 무려 13단계의 유별난 루틴으로 유명하다. 다음은 나달의 루틴을 분석한 영상이다. 




영상을 보면 나달의 루틴이 강박증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루틴과 강박은 분명히 구분된다. 강박은 불안을 유발하는 강박사고를 잠재울 수 있는 강박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며 부정적 심리상태에서 탈출해 정상적인 상태를 되찾으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루틴은 선수가 정상적인 수준을 뛰어넘어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신적 단계에 도달하게 한다. 


정신의학과 한덕현 교수에 따르면 스포츠 선수들이 연습을 할 때 특정 뇌부위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퍼포먼스를 내기 전 루틴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루틴을 행하는 것 자체만으로 해당 뇌부위에 활성화를 도울 수 있다. 즉 루틴과 퍼포먼스가 뇌과학적으로 연결되어 루틴을 시행하면 연습 때의 기량을 실전에서 불러일으킬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루틴을 찾아볼 수 있는데 필자는 학창시절 시험을 볼 때 시험지 맨 위에 ‘실수하지 말자’라 크게 적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중요한 면접을 보러가기 하루 전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긴장을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던 친구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어떤 중요한 퍼포먼스를 수행하기 전 시행하는 루틴은 몰입을 유도하며 긴장 및 불안을 억제하고 연습 때와 같이 안정적인 수행을 해내는데 도움이 된다. 만약 당신이 중요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면 본인만의 루틴을 통해 성공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둘째, 결과 대신 경기에 몰입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해라.


 

선수는 승부의 순간에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여 오로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집착하는 것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큰 방해가 된다. 류현진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투수로서 안타를 맞은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터뷰했다. 


“타자가 잘 친거에요. 실투가 아니라 그쪽으로 던지려고 했고 잘 대응한거죠.” 


공을 잘 던지는 것은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지만 타자가 잘 치는 것은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임을 잘 알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시즌성적 보다는 오늘의 승부에 집중하는 것, 승부의 결과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성공에 집중하는 것, 성공적인 퍼포먼스보다 이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완전하게 쥐고 흔드는 바람직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성취에 집착하지 말고 배움과 발전의 과정 그 자체에 집중했을 때 선수들은 승패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 자신이 스포츠에 임하는 과정 자체를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을 때 정신적 강인함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라면 수능날이 다가오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필자 역시 수험생 시절 굉장한 스트레스를 겪었는데 당시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수능이 다가오건 말건 그건 너희들이 바꿀 수 없는거야. 당장 오늘 할 일, 내가 틀린 한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남은 시간 동안 너희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서 결과를 더 좋게 바꾸길 바란다.” 이 말을 듣고 내가 당장 해야 할 것들, 할 수 있는 것들 만이 떠오르면서 불안을 덜어낼 수 있었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여자 유도 48kg급 경기에 출전한 대한민국 강유정 선수는 계체 통과를 위해 머리카락을 모두 밀었다. 아쉽게 32강서 탈락했지만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일생에 한번 뿐인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오로지 계체량 통과만을 생각했고 마지막 150g을 줄이기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이 말한 올림픽 강령인데 이를 통해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과 이상을 알 수 있다. 강유정 선수의 삭발투혼은 올림픽 정신을 잘 보여주며 결과에 상관없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였다.

 


JTBC 뉴스 화면 캡쳐. 강유정 선수 32강 경기 중


한국 사회는 경쟁 중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익숙한 나라이다.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는 결국 현대인의 고질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과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여러 도전들을 마다하지 않고 부딪히며 성장해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  박수받을만 하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참고]

좋은 골프를 위한 올바른 루틴은? 

[다시보는 명품다큐] 당신의 성공 루틴은 무엇입니까? 

강박 장애 때문에 힘들어요, 코로나 때문에 결벽증이 심해졌어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강철멘탈을 유지하는 법 

정신과 의사가 바라본 류현진 선수의 멘탈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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