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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고다현 ]



“빨간 모자를 눌러쓴 난 항상 웃음 간직한 피에로. 파란 웃음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눈물”


위 가사는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노래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이 가사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 가사 속 묘사된 피에로의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하곤 다르다. 우리는 피에로가 항상 입꼬리가 올라간 채 웃고 있는 모습만 봐서, 그가 눈물 흘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피에로에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불과하다. 그의 웃음 뒤엔 가려진 슬픔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결코 피에로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나 웃고 있는 피에로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없는데, 사람들은 부정, 긍정적인 감정으로 구분한다. 부정적인 감정에는 대표적으로 우울, 분노가 있고 긍정적인 감정은 행복, 기쁨이 있다. 


흔히, 행복과 기쁨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 반면, 우울이나 분노를 표현하면, 비난의 화살이 날아온다. “뭐가 힘들다고 울어?”, “버릇없게 어디서 화를 내!” 어느 순간, 슬픔은 나약함의 대명사가 되었고 분노는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슬픔과 분노를 잘 표현하지 않으려한다. 


누군가 내뱉은 모욕적인 말에도 카메라 앞에선 미소를 잃지 않는 연예인, 고객들에게 삿대질을 받아도 친절하게 응대해야하는 서비스 종사자,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힘든 걸 내색하지 않는 청소년들 등 우리 주변엔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모두 겉으론 웃고 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피에로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괜찮아서 웃은 걸까? 여기,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사가 있다. 


한 방송사에서 개그맨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0%(24명)의 개그맨이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도가 있다. 방송에서 항상 웃고만 있던 개그맨들이 우울증이라니 다소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도 실은 전혀 괜찮지 않다는 소리다. 즉, 그들의 웃음 뒤엔 우리가 보지 못한 슬픔, 분노의 감정이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웃고 있어도 우울한 기분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은 괜찮지 않아


이처럼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으로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라 한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은 화를 내거나 힘든 걸 잘 내색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착하다, 친절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그래왔다면, 늘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던 건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완벽한 외관을 유지하느라 심리적 압박을 느끼며 살아왔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차라리 슬픔 아는 피에로가 좋아


앞서 말했듯이 우리 사회에선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기 보단 억제해야 예쁨 받을 수 있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어,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더 감추게 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필자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다. 특히, 억울한 일을 경험해도 화를 잘 내지 못하고 속에 담아두는 편이다. 


상대방에게 화가 났다는 것을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자기 전, 일기를 쓰면서 제때 풀지 못한 분노를 글로 표현한다. 실제로, 억울하고 화가 났던 일을 일기장에 적으면, 화도 누그러지고 기분도 전보단 편안해진다. 만일, 당신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이런 식으로라도 감정을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그동안 무거운 감정을 참아내느라 힘들었을 당신을 위로하며, 이제 당신의 얼굴에 씌워진 웃고만 있는 광대 분장을 지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참고자료 

마거릿 로빈슨 러더퍼드. 2020.09.21. 괜찮다는 거짓말. 북하우스

우한재 기자. 웃고 있지만, 즐겁진 않아, 연예계의 고질병‘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2020.09.15. https://www.ajunews.com/view/20200915135056323

업다운 뉴스. 직장인 증후군,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을 아시나요? 2015.09.24 

http://www.updow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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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27 10:57:03
  • 수정 2022-01-28 09: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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