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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 유튜브와 결정장애
  • 기사등록 2022-02-04 07:47:48
  • 기사수정 2022-02-04 09: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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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백진민 ]




  1.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라는 유튜브 댓글을 본 적이 있는가? 

  2. 이 말은 시청자의 선호도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 모종의 이유로 특정 영상을 다수의 시청자에게 추천하는 경우 등장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가끔 뜬금없는 영상을 추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3.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로그인을 한 채로 접속하면, 메인화면에서부터 개인 맞춤별 추천 영상 리스트가 나타난다. 그리고 영상을 하나 재생하면 ‘다음 동영상’으로 표시된 목록에 추천 영상이 제공된다. 유튜브의 최고 상품 담당자 닐 모한의 인터뷰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자들의 시청 시간 중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4. 유튜브 알고리즘과 결정장애의 관계



  5. 결정장애란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 쉽게 결단하지 못하는 성격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지고, 선택을 유보하는 것을 장애로 보는 사고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며 ‘선택 불가 증후군’이라는 대체 용어를 제시한다. 이는 일단 논외로 하고, 이 단어가 대두된 사회적 맥락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한 단어가 새롭게 등장한 이유는 분명 어떤 상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6. 사실 인간의 일생은 순간순간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이다. 우리는 모든 순간에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내일 언제 일어날 건지에서부터 시작해 점심으로 무슨 메뉴를 먹을 건지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물론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선택은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 다가온다. 특별히 공급의 과잉, 정보의 홍수라고 불리는 이 시대에 많은 사람은 더욱더 결정에 어려움을 느낀다. 매일 다양한 선택지가 쏟아져 나오는 현실 속에서 결정장애는 깊어간다.

  7. 이러한 시대 흐름이 반영하는 인간상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축복과도 같다. 선택의 고민 없이 인공지능이 나의 취향을 분석하여 추천해주는 동영상들은 대부분 내 관심사와 일치한다. 시청자는 그저 섬네일과 제목을 빠르게 훑고 재생 버튼을 누를 것인지, 그냥 넘길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심지어 한 영상을 보면 같은 크리에이터의 영상이 추천되거나 그와 유사한 성격의 영상들이 주르륵 추천된다.
  8.  

  9. 우리가 단순히 좋아해도 되는 걸까?


  10. 하지만, 결정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알고리즘에 단순히 기뻐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알고리즘이 항상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끊임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리게 되면 한없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거나, 매일 보는 것만 보며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기회가 적어져 편향된 사고를 갖게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된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힘을 더욱더 잃게 된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특히 부정적이다. 청소년기에 정립되는 자존감과 자아정체성은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경험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유튜브를 통해 강화된 선택 회피는 결국 청소년을 ‘선택’이라는 주도적인 경험이 없는 아이로 만들고, 더 나아가 혼자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장애를 가진 어른’을 만든다.

인공지능에 의해 걸러진 정보만을 수동적으로 받는 시청자들은 정보 편식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가치관 왜곡이 일어난다. 비단 정치 성향 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의 가치관과 유튜브 추천 시스템이 연관될 때, 알고리즘에 의해 한 개인이 자기 세계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위험은 수없이 많다. 그러므로 유튜브로 휴식을 취할 때, 또는 얻고자 하는 정보를 찾을 때, 사용자는 알고리즘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며 뚜렷한 목적의식과 함께 영상을 이용해야 한다. 사람이 인공지능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또한, 유튜브는 오직 이용자들이 더 오랜 시간 플랫폼에 머물도록 알고리즘을 도입했음을 알아야 한다. 알고리즘은 사람의 편의를 돕기 위해 도입된 것이 아닌, 철저히 기업의 논리에 따라 개발되었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편협한 정보인지 아닌지를 잘 구분하려면, 알고리즘에 맡긴 선택이 아닌 스스로 다양한 관점의 영상을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극한으로 나아가는 결정장애를 막기 위한 중요한 하나의 ‘선택’일 것이다. 




참고문헌 :

1) 김인식, 김자미. (2021). 유튜브 알고리즘과 확증편향. 한국컴퓨터교육학회 학술발표대회논문집. 25(1(A)). 71-74.

2) 신유진, 이상우. (2021).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이용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필터버블 현상 분석.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1(5). 1-10.

3) 오세욱. (2019). 알고리즘으로 본 유튜브의 미디어 지향. 관훈저널. 61(1). 11-17. 

4) 김형준. (2016). 선택장애 극복하기.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지방행정 65권 765호. 42-45.

5) 최훈. (2022).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 밀리언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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