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지영 ]
정서적 지지의 중요성
36명.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이다. 특히 1·20대 청년들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청년 우울증, 높은 스트레스 지수 등은 많은 이들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호캉스를 즐긴다거나 명품구매를 하는 모습들이 두드러진다. 행복함을 느끼는데도 내성이 생겼는지, 자꾸만 더 비싸고 좋은 것들에 집착하고 이를 구매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과연 이런 물질적인 것들로 얼마만큼 힘들고 공허한 마음이 채워질 수 있을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순 있겠으나, 필자는 사람을 통한 정서적 지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정서적 지지란 타인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믿고 인식하는 정보이다. 이러한 정서적 지지는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겪게 되는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정서적 지지를 우리는 얼마나 잘 받고, 또 타인에게 해주고 있을까?
혹시 타인의 불행에 기뻐하시나요?
샤덴프로이데. 타인의 불행이나 실패를 기뻐하는 감정을 뜻한다. 이는 개인, 집단 간 관계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는 감정이다. 혹자는 어떻게 타인의 불행을 즐기냐며 말도 안 된다고, 너무하다고 반응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이러한 감정은 살면서 누구나 다 한 번쯤은 느껴보는 감정이다.
일본이 다른 나라와의 축구경기에서 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굉장히 기뻐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치른 경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를 바로 샤덴프로이데라 말하며, 우리가 일상생활 속 생각보다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좋은 감정이라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정서적 지지는 힘들 때만 필요할까요?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불행이나 실패에 기뻐하는 일만 있진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누군가가 힘들 때 위로해주는 일이 더 많다.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누군가가 울고 있으면 슬픔을 느끼고, 특히 나와 가까울수록 함께 더 아파하기 마련이다. 즉, 타인이 힘들어할 때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힘들 때만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것일까?
앞선 질문의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힘들고 어려울 때 곁에서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에게 크게 감동을 받고 고마움을 느낀다. 필자 또한 진정한 친구란 힘들 때 함께 해주는 친구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에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취업을 하면서 축하해줄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진심으로 축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잘 되면 축하해주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게 아닌가? 너무 고마워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이들의 기쁨에 동참하고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었는가? 라는 질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필자는 평소 타인의 기쁨에 질투하기보단 함께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돌아보니 그렇지 못했던 경험들도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대학입시에 있어선 특히나 더 그랬던 기억이 난다. 점점 주변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대학합격 소식은 무척이나 반갑고 기쁘면서도, 동시에 나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끼게끔 했던 경험이다. 왜 온전히 기뻐해 줄 수만은 없었을까? 내 마음이 잘못되거나 나빴던 것일까?
당신은 타인의 기쁨에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나요?
타인의 기쁨에 충분히 함께 기뻐하지 못하는 감정, 흔히 말해 ‘질투’라 할 수 있겠다. 질투는 상대가 자신보다 우월하다거나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어 부러워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질투와 같은 감정을 무조건 잘못되었고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순 없을 것이다. 이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의 불행에 기뻐하고, 타인의 기쁨에 질투하는 감정들을 마주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필요한 정서적 지지
먼저는 본인이 마주한 솔직한 감정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이에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기뻐하는 척, 슬퍼하는 척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쁨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슬픔엔 슬퍼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자는 것이다.
정서적 지지와 관련된 연구들은, 주변인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부정적 감정이 감소되거나 성취 또는 긍정적인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음을 알려준다. 즉, 정서적 지지가 슬플 때 슬픔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기쁠 땐 기쁨을 보다 커지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는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각박한 세상 속 살아가고 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오랜 격언의 말과 같은 사회가 다시금 회복될 수 있게끔, 우리가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모두 공감하며 정서적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보기를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이전기사
<참고문헌>
진윤희, 김성종 (2020). 대학생의 정서적지지가 진로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자기효능감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 59(2), 427-458.
오지현, 김유겸 (2020). 스포츠 라이벌 요인과 샤덴프로이데(shadenfreude)가 라이벌 팀 경기 관람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지, 25(2), 31-44.
김준혁, 「아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아픔도 나눠지는 것일까」, 한겨례, 2018년 5월 14일,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44478.html
박용주, 「한국 자살률 OECD 1위…20대 여성·10대 남성 크게 늘어」, 연합뉴스, 2021년 9월 28일, https://www.yna.co.kr/view/AKR20210928073600002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