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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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itive illusion’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1988년 Taylor와 Brown의 논문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사람들이 자신이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갖는 이유 없는 호의적인 태도’를 의미합니다. ‘긍정적 환상’이라고 해석되는 이 용어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것,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주의, 그리고 통제 가능성에 대한 과대 평가라는 3가지 유형이 대표적입니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 평균보다는 높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평균보다는 행복하다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러한 현상이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인간 사고의 특징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내가 중간 이상은 될 거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실제로 우리가 남들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검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능력이 인간 평균 능력치보다 낫다고 생각하시나요?’와 ‘당신은 당신이 인간 평균 행복의 수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면, 이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할 것입니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지요.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는 이러한 착각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요?
행복에 대한 최근의 논문들은 행복이 인간 삶의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발달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그게 살아가는 목적과 무엇이 다른가 싶을 수 있지만 다음에 이에 대해 더 자세히 논해보도록 하고, 요점은 인간이 ‘진화’와 ‘번식’의 측면에서 ‘행복감’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긍정적 환상’ 또한 행복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내가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객관적인 수치로 밝혀진 것이 아니라 착각에 불과하지만, 이는 정신 건강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의 능력이 괜찮다고 생각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도 하고, 나의 삶에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는 정신 건강의 다른 요소들을 촉진시킵니다.
‘환상’이라고 말하면 이는 긍정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착각’이라고 말하면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하지요. 긍정적 환상이 앞서 언급했 듯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이 현상이 자존감을 높여 다른 분야에서 늘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건 아닙니다.
최근 연구들은 이런 환상을 때로는 ‘자기기만’이라 칭하기도 하고 이 현상이 실제로 유전적, 문화적 요인에 기인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실제로 동양의 문화에서는 ‘내가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서양의 문화보다 두드러지게 많습니다. 또 어떤 연구들은 경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러한 착각 또는 환상은 어떠한 방면에서는 충분히 자기방어와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지나친 착각은 우리에게 해가 될 수 있으니, 우리는 이 사이에 알맞은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positive illusion’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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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ylor, S. E., & Brown, J. D. (1988). Illusion and well-being: A social psychological perspective on mental health. Psychological Bulletin, 103(2), 193–210. https://doi.org/10.1037/0033-2909.103.2.193
- Brookings JB, Serratelli AJ. Positive illusions: positively correlated with subjective well-being, negatively correlated with a measure of personal growth. Psychol Rep. 2006 Apr;98(2):407-13. doi: 10.2466/pr0.98.2.407-413. PMID: 16796094.
- Taylor SE, Brown JD. Positive illusions and well-being revisited: separating fact from fiction. Psychol Bull. 1994 Jul;116(1):21-7; discussion 28. doi: 10.1037/0033-2909.116.1.21. PMID: 8078971.
- 김랑. (2016). 행복, ‘being’이라 쓰고 ‘becoming’이라 읽는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21세기북스, 2014). 가톨릭 평론, 5, 162-170.
- 위키피디아, ‘positive illusion’, https://en.wikipedia.org/wiki/Positive_illu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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