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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주영지 ]



2015년, 마켓컬리가 국내 최초로 새벽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 후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늘어난 새벽 배송 기업은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마켓컬리는 전날 밤 11시까지 주문하기만 하면 오전 7시까지 배송을 해준다. 그러자 쿠팡은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배송을 해주기 시작했다. SSG닷컴은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오전 6시까지 배송을 약속했다. 새벽 배송은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스며들었고, 이제는 새벽 배송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늦은 밤 산책을 나가면 집 앞에 세워진 배송 차량과 새벽 배송 노동자를 빈번하게 마주친다. 이처럼 야간 노동자는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도 괜찮은 것일까? 새벽 배송은 꼭 필요한 서비스일까?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소비자가 잠들어 있는 사이, 야간 노동자들은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일하기 시작한다. 많은 야간 노동자가 극한의 과로에 시달려 건강을 잃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다.


야간 노동은 생체 리듬을 깨뜨려 육체적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야간 노동자의 어려움은 건강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야간 노동자들은 대부분 혼자 노동을 하게 되고, 타인과 감정이나 생각을 나눌 수 없다. 이러한 노동이 지속됨으로써, 점점 다른 사람과 유대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게다가 야간 노동자는 일터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고립된다. 야간 노동을 마치고 오전에 집으로 돌아가면 피로에 시달려 곧장 잠에 들고, 일어나 식사를 한 후 또 다시 일터로 간다. 여가 시간이 있더라도 온전한 휴식 시간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업무 패턴으로 인해 친구,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야간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시장도 형성되었다. 대형 마트 영업시간이 자정까지로 확대되자 새벽 퇴근을 위한 야간 버스가 운행되었고, 야간에 아이를 돌보기 어려워지자 이를 위한 24시간 어린이집이 나타났다. 야간 노동으로 인해 또 다른 야간 노동이 생겼다.


물론 장시간 노동 등으로 인해 새벽 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야간 노동으로 내모는 새벽 배송을 대다수가 이용해야 하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갉아먹는 일임을 알면서도,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수입을 위해 야간 노동을 선택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말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이 맞을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야간 노동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논의 역시 필요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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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이승렬. (2020). 통계로 본 야간노동 : 밤 근무, 생활 그리고 건강. 노동리뷰, (), 21-34.

이종희, 이영롱. (2012). 24시간 사회의 이면. 뉴 래디컬 리뷰, (54), 259-279.

김동현.“[코로나 시대의 노동] 새벽배송 경쟁, 야간노동 ‘헬게이트’ 열고 있다”.민중의소리.2021.11.16, https://www.vop.co.kr/A00001602172.html 

백수진.“총알·새벽배송 꼭 필요한가요? 쿠팡이 쏘아올린 배송 논쟁”.조선일보.2021.06.26,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06/26/SD35RLUSGFH55LA5IOHT56KO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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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4-15 08: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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