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림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해림 ]
출처: 카카오톡 선물하기
친구의 생일을 확인해보세요!
카카오톡을 실행하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문장이지만, 경쾌한 말투와 달리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경쾌하지 않다. 애매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인데, 선물을 보내야 하나? 작년 내 생일 때 이 친구가 선물을 주었나? 나도 비슷한 브랜드와 가격대의 기프티콘을 보내주어야 하나?
정말로 친구일까?
이 세상에서 선물 여부와 관계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를 건네거나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딱 두 가지이다. ‘가족’과 ‘친구’. 하지만 카카오톡 생일인 친구 목록에서 진짜 친구, 다시 말해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고 싶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 사회생활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았을 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짜 친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만들어낸 효율성이다. ‘주고받기’이라는 인식 아래, 다수에게 생일은 인간관계를 확인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져 왔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선물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연 선물함에 가득 채워진 기프티콘들은 나를 염두에 두고 골라진 것일까, 아니면 내가 주었던 선물에 대한 값인 걸까?
정말 모두가 주고받을까?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10주년을 맞아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선물을 주지 않고, 받기만 한 사람은 1,385명이라 한다. 10년의 결괏값이니 1년 동안 약 138명이 선물을 받기만 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는 부담감, 선물에 대한 기대와 그만큼의 실망감 때문에 생일을 비공개로 바꾼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생일을 축하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연간 2,048만 명의 사람들이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또 다른 기능인 ‘나에게 선물하기’를 사용했다 하니 ‘나의 가장 좋은 친구는 나’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생일, 꼭꼭 숨길까? 드러낼까?
분명 진심 어린 축하도 존재할 테니 생일을 마냥 숨기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일 알람에 뜬 자신의 이름을 보고 인사와 선물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면, 고민을 없애주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어쩌면 그냥 흘려보내는 인간관계가 편할 수도 있고, 타인의 생일을 챙기기 어려울 만큼 바쁜 사람도 많을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선물 고민과 비용이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일을 챙겨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이, 베푼 만큼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 혹은 챙겨야 할 생일이 늘었다는 부담감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일을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축하받고, 반가움을 느끼는 계기로 만들어보자. 1년에 한 번뿐인데 속상해하거나 마음의 짐을 하나 더 얹으며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이 아닌가?
생일 공개, 비공개 여부를 고민 중이라면, 소중한 지인에게 건네는 축하와 맞먹는 진정성을 나에게도 건넬 자신이 있고, 실망감과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그때 생일을 공개로 바꿔보자.
생일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축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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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방현규, 「카카오톡 선물하기 10주년 각종 기록들」, 비주얼다이브, 2021년 1월 6일, https://www.visualdive.com/2021/01/%EC%B9%B4%EC%B9%B4%EC%98%A4%ED%86%A1-%EC%84%A0%EB%AC%BC%ED%95%98%EA%B8%B0-10%EC%A3%BC%EB%85%84-%EA%B0%81%EC%A2%85-%EA%B8%B0%EB%A1%9D%EB%93%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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