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주영지 ]



우리는 매일 아침 치약을 짜 거품을 내어 양치를 한다. 입안이 화해지는 느낌과 함께, 깨끗하게 닦인 치아를 확인하고 집 밖으로 나선다. 하지만 놀랄 만한 사실이 있다. 거품도, 얼얼한 느낌도 실제 청결함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1915년, 미국에서 펩소던트라는 이름의 치약이 출시되었다. 당시 미국에는 양치질을 하는 사람보다 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다수였으며, 치약을 사용하는 사람은 전체의 7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펩소던트 출시 10년 후, 양치질은 미국인의 일상적인 습관이 되었다. 바로 “습관 마케팅”을 활용한 것이다.


당시의 타 업체의 치약과는 달리, 펩소던트에는 구연산, 박하유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었다. 이 성분들은 입안에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이것이 바로 다른 치약과 펩소던트가 다른 점이었다. 소비자들은 양치질을 할 때 이 얼얼한 느낌을 기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느낌을 받지 못하면 입이 청결해지지 않았다는 기분을 느꼈다. 결국 수십 년 후, 거의 모든 치약이 이를 위해 화학물질을 첨가하게 되었다. 소비자들이 시원하고 얼얼한 느낌을 청결과 동일시하면서 양치질이 일상적인 습관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치약 제조업체는 청결한 느낌을 충족시키기 위해 거품을 사용한다. 양치질을 할 때 나는 거품은 청결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거품을 청결과 동일시하게 되어, 치약을 사용했음에도 거품이 나지 않는다면 깨끗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위해 거의 모든 회사가 치약에 계면활성제를 첨가한다. 샴푸의 거품 역시 마찬가지로, 기능상으로는 전혀 불필요하지만 풍성한 거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청결함”을 선물한다.


치약의 얼얼한 느낌과 거품이 바로 소비자의 습관을 공략하는 “습관 마케팅”의 일부이다. 습관 마케팅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20세기의 습관 마케팅이 소비자의 수요를 겨냥했다면, 21세기 마케팅은 소비자의 욕구를 먼저 발견하고 자극하여 그것을 습관화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케팅에 문제는 없을까? 우선 소비자의 욕구를 발견하여 습관화할 요소를 찾아야 하므로 소비자의 취향, 행위 양식 등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 또 기업은 습관 형성을 넘어 인지적 편향을 이용하여 제품을 많이 쓰게 하는데, 이에 따라 소비자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샴푸에 거품을 나게 해주는 계면활성제, 액체 세제가 담긴 플라스틱 통의 뚜껑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품을 소비하기 전 생각해보자. 정말 내가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일까? 혹시 자신의 습관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기업이 만들어준 것은 아닐까? 

 




지난기사

노키즈존: 아이들이 사라진 길거리

멍멍! 아프지 않게 내가 도와줄개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SNS에 중독되는 대학생들

우리는 정말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할까?

로봇이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어!

우리는 새벽 배송 없이 살 수 없을까





참고 문헌:

강준만. (2019). 왜 ‘공황장애’에 걸리는 연예인이 많을까?_감정 습관 외. 인물과사상, (254), 47-81.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3443
  • 기사등록 2022-05-03 08:22:5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