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경
[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어떤 한 여성이 형부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기에 그녀는 그 감정을 억누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언니가 사망을 하게 되었고, 형부와 함께 참석한 장례식에서 '언니가 없으니 형부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도덕적이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몸서리를 치며 그 생각을 무의식 속으로 집어넣었고, 이후 그녀는 다리를 다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모를 통증이 발생했다.
이처럼 '무의식의 내적갈등이 신체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프로이트는 일종의 '신체화 방어기제'라고 일컫는데, 우리 일상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적갈등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실제로 신체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생생한 통증을 주기도 한다.
과도하지 않다면 이런 방어기제는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프로이트에게 방어란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아프기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무의식의 공격적인 충동이나 성적인 내용이 의식으로 올라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막는 것 역시 방어기제의 긍정적 측면이다. 방어기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방어기제의 종류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베일런트(George Vaillant)의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Adaptation to Life)』이라는 책에 따르면 미성숙한 방어, 신경증적 방어, 성숙한 방어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미성숙한 방어는 주로 자아의 기능이 약하거나 퇴행이 심할 때 작동하고, 성숙한 방어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어기제이다. 항상 하나의 방어기제만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의 방어기제가 나타날 수 있다. 가령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성숙한 방어나 신경증적인 방어기제를 동원하게 되며, 이때는 다양한 증상들이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미성숙한 방어기제
1-1. 부정(denial)/무인식,무시
1-2. 투사(projection)/남탓
1-3. 행동화(acting out)/폭력성
1-4.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 느끼고 바라는 것과 정 반대의 표현
1-5. 건강 염려증(hypochondriasis)/몸짓
1-6. 퇴행(regression)/어린냥
1-7. 수동 공격적 행동(passive-aggressive behavior)/비저항
1-8. 신체화(somatization)/증상화
성숙한 방어기제
2-1. 이타주의(altruism)/대리만족
2-2. 금욕주의(asceticism)
2-3. 유머(humor) / 농담으로 방어하는 것
2-4. 승화(sublimation) / 사회에서 용인되는 것으로 욕망이 충족
2-5. 억제(suppression) / 압도하지 당하지 않는 선에서의 억제
기타 방어기제
3-1. 동일시(identification)
3-2 전가(displacement)
3-3 합리화(rationalization)/구실
3-4.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이러한 방어기제는 모든 인간에게 나타나는 현상이고, 이것이 없다면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도한 경우, 오히려 방어기제로 일상생활에 지장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 선 사레에서 살펴본 신체화 방어기제는 실제로 겪는 사람은 고통을 오롯이 느끼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쉽게 "꾀병"으로 치부되거나 본인 조차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본인의 고통을 "방치"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신체화 방어기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신체화 방어기제
가령 진짜 소화가 안되고, 속도 메스껍고, 머리도 띵하고 무엇보다 특정 부위가 자꾸 쑤시듯이 아파서 몸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을 하며 건강검진을 받아도, 의사로 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딱히 아프신 곳 없이 건강하신데요?, 어디가 아프신건가요?" 밖에 없을 때, 그리고 내 아이가 자꾸 어디가 아프다고, 간지럽다고 긁어대서 병원에 가도 "이상이 없다"라는 의사 진단 소견을 받을 때 바로 신체화 방어기제를 겪은 것이다.
이들은 심리적 문제를 신체적으로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눈에 띄는 문제는 신체화적 문제 밖에 없다. 그래서 그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그들이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게 되고, 이는 점점 더 문제를 미궁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개인이 의지로 혼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겪는 고통은 진짜 환자와 동일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주의를 가지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까?
도움을 주는 방법
우선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어야 한다. 그들이 현재 힘들고 자기 방어기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어야 한다. 각자의 상황이 달라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무시를 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공감까지 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자세가 되었다면, 사실 50% 이상의 준비는 마쳤다.
이를 토대로 그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신체적 증상이 발현되게 된 심리적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무의식 깊은 곳에 숨어있는 스트레스는 상대와의 이야기 속에서 본인이 자연스럽게 꺼낼 수도 있지만, 너무 깊은 곳에 있다면 단순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기사
신체화 방어기제는 심리적 불안의 현상이 신체적, 물리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심리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고통을 단순히 해결하는 것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 과정을 겪는 사람들은 더 막막하고 힘들것이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 고통을 이겨낸 당신, 이제 이 세상에 더 고통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shinskok@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