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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주해인 ]


대중교통을 타면, 많은 사람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창밖을 보거나 멍때리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잘된 일이다. 눈이 마주칠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나도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재미있어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동하는 시간 동안 무료함을 달래 무언가를 하고 있고 싶어서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 의미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구나!’ 하며 휴대폰을 보고 있다 보면 문득 ‘이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SNS를 통해 얻는 패션과 뷰티에 대한 정보는 꾸미는 데 별로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무의미하다. SNS상으로 보이는 유행에 맞춰야만 할 것 같고, 그 제품을 소비해야 할 것 같고, 꾸며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 지금의 나에겐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 소비 내용을 보게 되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나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리고 무언가 전시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SNS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나로 살아가게 하는 방법에 SNS는 걸림돌 같았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었더라면, SNS를 좋아했을 것 같다.


 

나는 SNS를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하는 SNS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스타그램이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마음 같아서는 카카오톡도 지우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감수해야 할 불편 사항이 너무 많아서 그러지 못했다. SNS를 완전히 끊고 지내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흥미로운 논문을 읽게 되었다. 우혜진, 박지윤, 박현아, 이규연, 이지혜, 성용준의 <자존감 불일치와 SNS에서의 과시적 자기표현 간의 관계>라는 논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게 살아가는 것이 배가 아파서 내가 SNS를 좋아하지 않은 걸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고 이 논문을 읽어보았다. 이 논문을 읽고 발견한 재미있는 내용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SNS를 왜 하는 걸까?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SNS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사용 양상을 분석하는 것은 꽤 단순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SNS가 가지는 의미가 다양해졌다. 사람들은 대화하기 위해서도 SNS를 사용했지만,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도 SNS를 사용했다.


이 논문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언급해주었는데, Goffman에 따르면, 무대 위의 공연자가 원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보여주기 싫은 모습은 무대 뒤로 감추는 것에 비유하여 자기표현을 설명했다. 우리는 연기자가 되어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SNS에 올리고, 숨기고 싶은 모습은 올리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인상을 관리하고 과시행동을 한다.

 

 


자존감과 과시적 자기표현 간의 관계


 

자존감 불일치 집단에서 보이는 특징으로, SNS에 더 많은 사진을 올리고 브랜드 로고를 더욱 가시적으로 촬영한다는 점이 있었다. 로고를 보이게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언급하기도 한다. 이를 해석해보면, 이들은 물질을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려 하며,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을 노출하려 한다.

 

이 자존감 불일치 집단을 자기애 집단과 겸손 집단으로 나누어 살펴본 내용도 흥미롭다. 자기애 집단은 대인관계를 통해 과시하며, 겸손 집단은 반려동물을 통해 과시한다. 반려동물을 통해 과시하는 이유로는 반려동물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여유나 사회적 지위를 표현할 수 있는 간접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귀여운 것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쩌면 저런 과시욕에서 나온 것일까?


그리고 자기애 집단은 해시태그를 이용해서, 겸손 집단은 브랜드 로고를 이용해서 과시적 자기표현을 한다고 했다. 이 역시도 적극성에서 차이를 보인 점에서 흥미로웠다.

 


성격은 다르지만 어떻게든 과시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보여주려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심리이겠지만, 그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고 꽤 큰 노력을 들여서 성격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귀여웠다.

 


SNS를 그만둔 일주일, 그 변화는?


 

정확히는 인스타그램을 그만둔 이후 일주일이지만, 나에게 찾아온 미세한 변화를 서술해보려고 한다.



비는 시간 동안 멍을 때리는 시간이 늘었다. 사실 멍을 때린 적이 언제인가 싶은 정도로 요즘은 멍을 때리지 않고 있었다. 멍을 때리는 동안 머릿속 생각이 정리되는데, 그럴 시간도 없었다. 덕분에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늘었다.


조금 더 생산적인 활동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넘치는 소비에 대한 유혹을 뒤로하고, 생산하는 주체가 되는 느낌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는 시간도 늘어나게 되어 계획도 짜게 된다.


약속을 잡는 빈도가 줄어든다. 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보낼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느낄 정도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있었다. 연락이 줄어들면서 약속을 잡을 기회가 줄어들고, 그 시간을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보낼 수 있다.

 


SNS는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줄여야 한다고 하는 말도 아니고, 자기과시가 나쁘다고 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SNS와 거리를 두고 싶었기에 끊게 된 것이다. 나에게 투자되는 시간이 너무 적다고 느꼈기 때문에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함께 지내는 SNS라는 친구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여러분도 가끔은 거리두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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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표기

우혜진, 박지윤, 탁현아, 이규연, 이지혜, 성용준. (2017). 자존감 불일치와 SNS에서의 과시적 자기표현 간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Goffman, E. (1959). 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life. Garden City, NY: Doubleday Anchor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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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08 12: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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