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The Psychology Times=이지현 ]
“바쁜 게 좋은 거지~”
@pixaby
바쁘다고 불평하면 들려오는 소리.
어쩌면 우리는 ‘바쁜 게 좋은 거’라는 위안을 듣고자,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자 바쁘다고 자꾸 불평하는 게 아닐까? 바쁜 사람은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바쁨은 괴로움이 되지만 남의 바쁨은 칭찬거리가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여유를 선망하지만, 정작 본인에게 여유 있는 삶을 잘 허락하지 못 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이 괴로움을 인지하고 다시 아날로그적 시대, 더 느린 시대로 돌아가고자 ‘느림’을 칭찬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바쁨’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바쁨으로 눈을 가려
바쁨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바쁨에 부여되는 큰 가치는 바쁘다는 것이 그 사람이 능력이 있거나 열심히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바쁨의 단점에 대해 조금 더 주목해보고자 한다.
나는 늘 바쁜 사람이었다. 좀 더 어렸을 때는 내가 관심이 있는 일에 열정이 넘치는 삶을 사느라 바빴다. 그러나 요즘은 이것저것 여러 일들로 시간을 채워 나를 바쁘게 하는 일로 목적 전치가 되어 버린 것을 깨달았다. 바쁨으로 나의 만족감을 채우려고 했지만, 그로 인해 압축적 시간 사용의 압박으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나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니?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사는 거니?’
’바쁨’이 미덕이 된 사회
언젠가 사회는 ‘활동’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었다. 움직이는 것이, 열심히 일을 하며 놀 때마저도 열심히 노는 것이 미덕으로 인식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바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 대부분 미래를 향한 반면, 느리게 사는 사람들의 중심은 현재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바쁨’ 또는 ‘느림’을 선택했다. 어쩌면 나는, 바쁘지 않은 내가 두려워 공허함을 피하려고 바쁨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건 아닐까.
공백의 시간을 공백으로
‘부지런함’은 미덕이다. 그러나 ‘바쁨’은 미덕이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쁜 삶은 살아도, ‘바쁘기 위해’ 살아가지는 말자. 공백의 시간마저 일로 채우려 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의 시간은 이미 빠르고, 당신은 조금 쉬어가도 된다. 바쁨을 추구하는 사람도, 느림을 추구하는 사람도 각자의 성향에 따라, 자신의 전략에 따라 인생을 가꿔나가고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삶의 속도와 관련해 긍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이유로 ‘그냥’ 바쁜 삶을 살고 있다면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진지하게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기사
<출처>
- 우아미, 정태연.(2021).성인초기 한국인의 바쁨과 주관적인 삶의 속도에 대한 질적 연구.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27(4),529-559.
- 셀리스트 헤들리. (2020). 바쁨 중독. 김미정 역.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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