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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많이 드러낼수록 상대방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 사회적 침투 이론과 자기개방
  • 기사등록 2022-08-24 20: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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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유림 ]


고등학교때부터 친했던 친구들, 혹은 대학교에 입학해서 가까워진 친구들을 떠올려보세요. 우리는 친한 친구들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까요? 제가 친구들과 가까워졌던 순간을 회상해보면, 밥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들었던 입시 경험, 혹은 취업이나 대학원 등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회적 침투 이론: 피상적인 관계에서 친밀한 관계로의 발전


사회적 침투 이론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양파의 껍질부터 중심으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상상 속에 나만의 양파를 그려보세요. 이 ‘양파’의 폭은 성격의 범주 및 영역을 뜻하고, 깊이는 성격 구조 층에 따른 내용을 의미합니다. 내 성격을 형성하는 범주와 영역에는 ‘자기’, ‘친구’ 등 많은 영역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깊이는 조금 다른데, 주변층은 공적 정보로 얕은 관계의 사람이라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나’에 대한 정보입니다. 반면 중심층은 자기개념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알 수 있는 조금은 더 깊은 정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침투 이론에서 설명하는 ‘양파’를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인 ‘사라’의 양파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라는 친구, 가족, 연인, 일 등의 영역을 가지고 있고, 이 영역들이 모여 사라의 성격을 형성합니다. 사라에게는 올해 새롭게 가입한 동아리에서 만난 ‘루카스’와, 초등학교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라고 종종 함께 여행을 가는 친한 친구 ‘앨릭스’, 그리고 대학교 1학년때 만난 ‘릴리’와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의 영역에서 세 친구들은 사라에 대해 얼마나 깊은 정보까지 알고 있을까요?


먼저 올해 새롭게 만난 루카스는 사라가 같은 학교의 학생이며,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라의 일에 관해서는 이 두 가지를 빼고는 알고 있는 사실이 없습니다. 반면 대학교 1학년때 만난 릴리는 사라가 학교 수업이 마친 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릴리와 사라는 만날 때 이 시간을 피해서 약속을 잡곤 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앨릭스는 사라가 작가라는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새벽 2시까지 글을 쓰다 잠드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라가 글이 써지지 않을 때면 앨릭스가 사라의 집에 찾아가 몇몇 소재를 전달해주기도 하고, 사라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는 등 친밀한 사이를 유지합니다.


위의 경우, 루카스는 일의 영역에서 주변 층의 정보만을, 릴리는 중간 층의 정보를, 그리고 앨릭스는 중심 층의 정보까지 알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기개방: 상대가 드러낸 사적 정보만큼 나도 드러내는 것이 관계 발전의 중요 포인트!


위의 예시와 같이, 친한 친구인 앨릭스에게는 사적인 영역을 많이 공개하는 반면, 만난지 얼마 되지 않는 루카스에게는 알아내기 쉬운 정보만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계가 발전한다는 것은 곧 양파의 중심 층인 사적인 영역을 알아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 관계의 발전에서 자신의 정보, 특히 더 사적인 정보와 감정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자기개방 과정은 무조건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양파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개방에 따른 보상과 비용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사적인 정보를 드러냈을 때 상대방은 그만큼의 사적인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더욱 친밀하게 발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회적 침투, 자기 개방은 상호성의 규범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자기개방의 영향력


자기개방은 사라의 예시처럼, 단순히 친구를 사귈 때와 같은 인간관계의 발전에서만 적용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외상 경험과 정서표현억제전략, 그리고 SNS에서의 자기개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외상 경험과 정서표현억제전략에서의 자기개방을 살펴보면, 정서표현억제전략을 적게 쓸수록 자기개방, 사회적 지지, 외상후 성장은 높으며, 외상경험에 대한 자기개방을 매개하여 외상후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설건혜, 김민희, 2021). 


직접 만나지 않는 SNS를 통해서도 자기개방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개방이 친밀감에 유의한 직접효과를 갖고, 자기개방이 물리적 실체가 없는 SNS 공간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사회적 현존감을 유발하며, 이는 친밀감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김주현, 최수미, 유인화, 조아영, 2022).


학기가 시작되고, 무수히 많은 관계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또 몇몇 관계들은 단절되기도 하는 등 변화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들 사이에서, 물론 개방에 따른 보상과 비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나에게 가치있는 정보의 개방과 공유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관계의 형성에 중요한 과정입니다. 만약 내가 상대에게 과도하게 깊은 영역까지 드러낸다면, 상대는 불편감을 느끼는 동시에 나도 그만큼 드러내야 하는가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마음을 열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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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사회적 침투 이론 . (n.d.).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691743&cid=42251&categoryId=42259.

정태연. (2016). 사회심리학. 학지사

설건혜, 김민희.(2021).정서표현억제전략과 외상후 성장의 관계: 외상사건에 대한 자기개방과 사회적 지지의 순차적 다중매개효과.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21(6),392-403.

김주현, 최수미, 유인화, 조아영. (2022). 대학생의 SNS 상호작용에서 자기개방과 공감이 친밀감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현존감의 매개효과. 청소년학연구, 29(1), 29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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