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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시연 ]


너무도 단정적이고, 부정적인 제목에 놀라 기사를 클릭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과연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사소한 노력도 모두 무의미한 것일까. 1등이 아니면 정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일까.


'1만 시간의 법칙'을 아는가?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최소한 1만 시간의 노력(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이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의 안데르스 에릭손 교수가 1993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으로, 논문에서는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20세까지 평균 1만 시간 이상을 연습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관찰 결과와 함께 '능력은 선천적 재능보다 후천적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결론을 제시하였다.


| 노력이 다가 아니라고?


에릭손의 1993년 연구를 검증하기 위해, 2019년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의 브룩 맥나마라 심리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기존 연구를 일부 모방하였다. 1993년 연구에서는 피실험자 집단을 뛰어난 솔리스트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바이올리니스트 집단 A, 그저 좋은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바이올리니스트 집단 B, 아직 미숙한 실력의 바이올리니스트 집단 C로 나누었는데, 맥나마라 교수 연구팀 역시 같은 기준으로 세 부류를 추출했다. 조사 결과, 집단 C는 20세까지 평균 6천 시간의 연습을 했으나, 상대적으로 실력이 우수한 나머지 두 집단(집단 A, 집단 B)은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든 결과가 같지는 않았다. 1993년 제시된 '1만 시간의 법칙'대로라면, 실력이 가장 좋은 집단 A의 누적 연습시간이 가장 많아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두 집단 간의 연습 시간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오히려 집단 B의 연습시간이 집단 A에 비해 500여 시간이나 많았다. 결론적으로 1만 시간의 연습이 천재적 능력 발휘에 미치는 영향은 12%에 불과하며, 그 영향력은 분야에 따라 게임에서는 26%부터 지적 전문직에서는 1%까지 매우 큰 폭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맥나마라 교수 연구팀이 내린 실험의 결론이었다. 이에 맥나마라 교수는 '연습이 실력을 결정짓는 주된 요소까지는 아니다'라며, '연습은 과거의 자신보다 발전하게 할 뿐,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존재로 만들지는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노력을 하지 말아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노력을 하지 말아야 할까?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는 것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맥나마라 교수의 연구처럼,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의 향상에는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천재적인, 특정 수준의 도달은 노력만으로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우리가 모든 상황에 있어서 천재적인 수준으로의 도달을 꿈꾸지는 않는다. 그보다 엊그제의, 어제의 나보다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로서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종종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뛰어난 누군가의 존재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특히 내가 잘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분야에 있어서, 이러한 부정적 감정의 경험은 지속적인 도전을 멈추고 좌절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심리현상이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이다.


|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란?


피그말리온 효과란, 긍정적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말한다. 이 이름은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사랑한 피그말리온에 대한 신화에서 유래되었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여인상을 조각하고 그 이름을 '갈라테이아(Galatea)'라고 지어준다. 그 여인상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나머지, 피그말리온은 여신상을 사랑하게 되고, 아프로디테가 그의 사랑에 감동해 갈라테이아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이러한 신화를 통해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1968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미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모든 학생에게 지능 검사를 진행한 뒤, 결과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20%의 학생을 추출하고, 교사에게 이 학생들에게 기대와 격려의 반응을 자주 보일 것을 지시했다. 이후 지능 검사를 다시 실시했을 때, 해당 집단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로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자기 충족 예언(어떤 생각이 이뤄질 것임을 강력히 믿음으로써 행동이 변화하고, 직/간접적으로 그 믿음이 실제로 이뤄지는 예측)'이 실제로 상황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시험이나, 인생의 큰 관문을 앞두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수능의 경우에도, 1교시부터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포기 각서를 쓰고 나오는 등, 주변의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없고, 원하는 결과에 미칠 수 없다는 섣부른 짐작으로 끝까지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결정지어 버리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자기 내면의 부정적 감정이 더욱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도록 만들었을 뿐, 정작 지나고 나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나'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인생'이라는 레이스에 있어, 선수는 오직 나 하나뿐이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 나를 작아 보이게 만드는 모든 것은, 그저 레이스라는 상황에서 선수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궂은 날씨, 자그마한 걸림돌에 불과하다. 이런 사소한 것에 넘어지더라도 금세 털고 일어나지 못한다면, 얕은 상처에 아파하며 계속 주저앉는다면, 레이스는 결코 완주될 수 없다. 타인의 잣대에 끊임없이 나를 비교하고, 자신을 깎아내리는 삶을 살게 되며 그런 삶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만일 자신이 '나'의 레이스를 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레이스 속 페이스메이커'가 된 느낌이 든다면, 오늘부터 거울 속 나와 눈을 맞추며 말해보자.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하고자 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꼭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 어제보다 조금 더, 한 발자국 더 발전한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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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동아사이언스, <‘1만 시간의 법칙 따라도 전문가 되는 건 아니다’> (2019. 08. 22.)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0690)

2) 백한나, 홍지은, 유종은, 심범수, 김아람, 이인성,and 김진우. "노인의 대중교통 이용경험 분석 : 사회적 지지와 스티그마효과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추계학술대회 2016.- (2016): 141-141.

3) 신정택,and 이한우. "운동학습에서 피그말리온 효과와 스티그마 효과의 적용과 검증." 한국스포츠학회지 18.3 (2020): 577-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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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27 17:42:38
  • 수정 2022-12-18 09: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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