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The Psychology Times=이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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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은 자기애와 자존감의 공통적인 특성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자기애와 자존감을 혼동하고는 합니다. ‘자기애’는 영어로 ‘narcissism’으로, 정신분석학에서 ‘지나치게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는 마음이나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중심적 성격’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반면, 자아존중감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믿음, 어떤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자칫하면 유기적으로 정적인 관계를 보일 것 같은 이 두 개념은 꼭 함께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자기애는 낮지만 자존감은 높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요? 무엇이 높은 상태가 더 건강한 마음의 상태일까요?
자기애와 자존감의 유형
물론 사람을 유형화하여 구분하는 것에는 오류도 있겠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자기애와 자존감 모두 높고/낮음의 정도를 활용해 4가지 집단으로 구분해 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Kernis(1993)나 Samivalli(2001) 등의 학자에 따르면, 이 4가지 유형 중 가장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집단은 자존감은 높지만 자기애 성향은 낮은 사람입니다. 이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높은 자존감 – 낮은 자기애 집단은 ‘진정으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이들은 자신의 단점도 기꺼이 인정하고, 외부 평가에 대해 덜 방어적이며 보다 수용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인 낮은 자존감 – 높은 자기애 집단은 과대 자기의 욕구가 현실에서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자신, 타인,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을 수 있고, 좌절이나 실패에 대해 외부 귀인을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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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당 논문에서 높은 자존감 – 높은 자기애 집단의 사람들은 방어적인 자존감 집단으로 분류되는 사람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고 합니다. 즉, 이런 유형은 기저의 자존감은 취약한 사람으로 판단되는데, 자신의 단점을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낮은 자존감 – 낮은 자기애 집단은 부정적인 자기상을 경직되게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부정적 외부 평가에 더 예민하고, 실패나 좌절에 대해 내부 귀인을 하기에 우울 정서나 분노 등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건강한 자기애와 자존감
위와 같은 결과는 얼핏 보면 자기애는 부정적인 것, 자존감을 긍정적인 것으로 단순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자존감 – 높은 자기애 집단이 가장 건강한 상태로 판단되지 않는 상황은 의외의 결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자기애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심리적 기반입니다. 다만, 어린 시절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다시 말해 어릴 적 자기애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이것에 지나치게 매달리게 되면 자신의 정신건강이나 사회적인 상호작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 자체를 가지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마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인 것 같습니다.
나를 제대로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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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와 자존감에 관한 연구는 또한,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부정 정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고, 또 분노나 적대감 같은 감정을 더 많이 표출한다고 말합니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분명 겹치는 영역이 있습니다.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보고자 하는 마음은 공통되나, 지나치게 높은 자기애는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적 성향이 강해지면, 자기애가 높을 때 더 상처받기 쉽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기애가 우리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자신을 아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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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서수균. (2007). 자존감과 자기애 수준에 따른 분노사고, 신념, 분노표현의 차이.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9(3), 719-734.
이지영, ‘[한 길 사람 속은?] 삶의 태도에 큰 영향을 주는 ‘자존감’을 관리하는 방법은?’, 「YTN 사이언스」,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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