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The Psychology Times=김예원 ]
외로움은 사전적 의미로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한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혼자 있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자신이 혼자라고 느낀다면 충분히 외로워질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살면서 자주 느낄, 흔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국에는 외로움부 차관이, 일본에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이라는 직책이 새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경상북도에서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대화기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외로움은 국경을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UCLA에서 외로움 지수를 만들었는데, 총 네 단계인 저단계, 중등도, 중고도, 고단계로 나뉜다. 이에 따라 설문조사를 통해 매긴 한국인들의 평균 지수는 43.94점이었다. 평균적으로 중등도 단계의 외로움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방에 홀로 사는 중·고령층이 가장 외로움 지수가 높았다. 서울만 따로 보면 30, 40대 연령층이 사회 활동이 왕성함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높았다고 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홀로 살든, 주위에 사람이 많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로운 감정은 그 자체로는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일 뿐이지만, 정신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인적, 나아가서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다른 나라들의 외로움부 차관, 고독부 장관직 신설 등의 사례도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들이다. 더불어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 27.8% 중에서 34.3%의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하였다. 이런 감정을 나누고 공유하면 한결 홀가분해질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외로운 감정은 입 밖으로 내기에는 꽤 무거운 내용이라서 주변에 이야기하기 꺼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심리학 기사에서는 한 번쯤 다루어야 할 것 같았다.
모든 감정이 그렇듯, 외로움 역시도 마음가짐이 어떠하냐에 따라 자신에게 주는 타격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외로운 사람이 있다면, 이 기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주제를 정해보았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리는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그에 따라 여러 감정을 느낀다. 외로운 감정 역시도 어떠한 이유로 홀로 된 상황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싶다면 처음부터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거나, 그 상황이 해결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외로움은 주로 혼자일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들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바로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사용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와 같이, 우리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닌데도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외로워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으로 인해 고뇌함으로써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원인 모를 외로움에 대한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외로움의 표면적 원인은 혼자 있다는 사실일 테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사실이다.
또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운 감정은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 방법은 있을 수 없고, 약간의 감정 조절을 통해 깊이 빠져들지 않을 수는 있다. 방법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 감정을 조절할 수 없으며,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로움에 깊이 빠지게 되면 벗어나기 쉽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취미 생활에 몰두하거나, 일에 매진함으로써 잠시 잊을 수야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 또 고통스러워지고 말 것이다.
종합하면, 외로운 감정을 아예 겪지 않을 수는 없으며, 적어도 이를 극복할 수는 있는데, 내면으로부터 솟아나는 외로운 감정을 잘 조절하고 이용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로움을 성장의 기회로
그렇다면 내면으로부터의 필연적인 외로움을 어떻게 조절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외로움을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헤르만 헤세는 ‘외로움이란 운명이 사람을 자아에게 이끄는 길’이라고 정의하였다. 또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내가 된다는 것은 혼자로서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도 있을 만큼 사람들과의 소통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혼자 사색하면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있어야 자아를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장차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을 고민해 보고 실행에 옮기면서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외로움을 겪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자신을 찾은 사람들은, 타인과 소통할 때에도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겪은 일이 다르므로, 생각이나 사상도 전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는 냉정한 말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으나, 타인이 자신의 외로움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인생을 살면서 어느 정도의 외로움은 혼자서 감수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감정이라면, 그 감정을 겪는 과정을 ‘나’라는 사람을 단련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살다가 문득 외로움이 찾아온다면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았으면 하고, 더 성숙한 자아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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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라르스 스벤젠. (2019). 외로움의 철학. 청미.
울프 포샤르트. (2006). 외로움의 즐거움. 한얼미디어.
NAVER 국어사전. https://dict.naver.com/search.nhn?dicQuery=%EC%99%B8%EB%A1%9C%EC%9B%80&query=%EC%99%B8%EB%A1%9C%EC%9B%80&target=dic&query_utf=&isonlyViewEE=
NAVER 시사상식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31301&cid=43667&categoryId=43667
김혜민 기자. [외로움 전성시대] ① 모두가 외로운 사회...한국인의 외로움 지수는? SBS NEWS. (202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932451&plink=ORI&cooper=NAVER
김혜민 기자. 외로움, 담배 15개비만큼 해롭다고?...영국·일본이 ‘외로움’ 부처 만든 이유. SBS NEWS. (202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949829&plink=ORI&cooper=NAVER
허성준 기자. [경북] “대화로 외로움 극복”...경북, 대화기부운동 시작. YTN. (2022). https://www.ytn.co.kr/_ln/0115_202211071424559641
외로움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말이 꼭 여느 책 속에 나올 것만 같은 말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근본적인 해결책은 뻔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몸소 행하는 것이 어려울 뿐,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느끼던 시기를 지나온 후, 나의 외로움은 나만이 감당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방법은 사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지인에게 말하든, 취미 생활을 즐기든, 어떤 방식으로든 외로움을 견뎌낼 수만 있다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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