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The Psychology Times=김영언 ]
‘그 노래 있잖아, 발라드인데 전주가 길고 되게 슬픈 노래! 아, 내가 분명히 아는 노래인데 기억이 안 나네.’ 평소에 많은 사람이 하는 말이다. 분명히 아는 노래인데, 아는 연예인인데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단순히 기억력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또 누가 옆에서 힌트를 주면 생각이 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안다고 해야 할까? 기억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모른다고 말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선지이다. 시험공부를 할 때도 그렇다. 개념을 들으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한다.’ 즉, 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암기하다 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럼 이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애매하게 기억이 나는 일도 심리와 관련이 있다.
설단 현상이란?
설단 현상은 특정 단어나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입안에서만 맴도는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이다. 미국의 윌리엄 제임스가 공식적으로 처음 서술했다. 그러나 이 현상을 ‘tip of the tongue’이라고 부른 것은 하버드 대학의 로저 브라운과 데이비드 맥닐이었다. 설단 현상을 명명하게 된 한 실험이 있다. 브라운과 맥닐은 피험자들이 단어를 암기하도록 하게 했다. 그리고 단어를 물어보며 기억해 내게 했다. 그러나 피실험자들은 단어를 정확히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들의 기억 속에는 오직 단어의 첫머리나 단어의 글자 수, 길이 등과 같은 힌트 정도만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정답의 단어는 피실험자들의 혀끝에만 맴돌았다. 이 현상을 가리켜 로저 브라운과 데이비드 맥닐은 ‘tip of the tongu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피험자들이 온전한 단어를 기억하고 말한 경우는 적었지만, 단어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면 얼추 기억해 냈다. 단어의 일부 정보는 잊지 않은 것이다.
그럼 설단 현상의 발생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로, 정보가 기억 체계에 복잡하게 저장되어서 인출 과정의 실패가 있을 수 있다. 개념이나 정보를 외울 때, 체계적으로 입력되지 않는다면 해당 개념과 정보를 꺼내는 과정도 뒤엉키게 된다. 인출은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찾는 탐색 과정이며, 부호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부호화되지 않으면 올바르게 인출될 수 없다. 인출의 성공은 이용 가능성과 접근성으로 설명된다. 저장된 정보는 장기기억의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지만, 그 정보를 인출할 수 있느냐는 접근성의 문제가 중요하다.
둘째로, 자신을 둘러싼 외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어떤 단어를 떠올리는 것과 관련된 불안이나 무의식적인 억압이 진행 중일 때, 정보의 인출은 방해받게 된다. 결국 혀끝에서만 단어가 맴돌다가 말하지 못하게 된다.
설단 현상은 현실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건망증과 착각할 수 있으나 힌트를 주면 개념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설단 현상은 낯선 단어와 새로운 단어를 일상 속에서 자주 떠올리고 외우면서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이 설단 현상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의 기억은 100% 온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이나 시험 등의 중요한 자리에서는 안 되는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애쓰기보다 차분하고 여유롭게 마음을 가지면 더 좋은 결과가 생겨날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자신을 압박하고 불안하게 만들어도 긴장하지 말자. 그리고 천천히 주변 기억들, 힌트들을 떠올려보자. 무의식 중에 정답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지난 기사
출처: 이보미, 하이닥, 「‘그, 저기, 있잖아’로 대화하는 나, 설단 현상일까?」, (2019),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475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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