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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연인과 헤어져야 할 때를 판단하는 방법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닌 이유
  • 기사등록 2022-12-01 14: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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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임채정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닌 이유


‘연애는 기브앤테이크가 아니다’, ‘헤어지고 싶은데 정 때문에 못 헤어지겠어요’, ‘애인이 더치페이하자고 해서 기분이 나빠요’. 우리 주변에서, 또는 인터넷 등에서 자주 봤던 연애 고민일 것이다. 얼핏 보면 흔하고 진부한, 누구에게나 있는 연애 딜레마로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고민은 공통점이 있다. ‘사회 교환 이론’이라는 심리학적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출처 : Unsplash.com

‘사회 교환 이론(social exchange theory)’이란, 사회적 상황에서 우리가 여러 가지 손실 혹은 위험과 이득을 따져가며 그 무게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가장 감정적이고 불합리할 것만 같은 사랑을 할 때도,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관계에 드는 편익을 분석하고 따지게 된다. ‘교환’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연애를 할 때 개인은 자신이 받는 것과 주는 것을 재며 관계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한다. 여기서 주고받는 것은 물질적일 수도, 감정적일 수도 있다. 얻는 것 (rewards)의 예시로는 안정감, 사회적 시선, 파트너의 금전적 이윤, 종교, 가족, 커리어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주는 것 혹은 치루는 값 (costs)로는 감정 소모, 시간, 배신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폭력, 불신, 다른 이성을 만날 기회 등이 있다. 


특히나 관계에서의 손실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이 관계를 떠나지 못하게 막는 것’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며, 따라서 차선책 혹은 대안 또한 염두에 두게 된다. 더욱 깊게 얽혀 있는 결혼 관계에서의 관계 종료의 장벽은 대표적으로 아이, 함께 든 보험, 세금 감면, 자존감, 집 혹은 자동차 명의 등등이다. 이런 경우 개인이 가지게 되는 대안으로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혹은 싱글로 살아가는 것이다. 2005년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817명의 이혼남녀가 평가한 인생 만족도의 평균 점수는 이혼 직전과 직후 가장 낮았지만, 싱글이 된 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높아졌다고 한다. (Lucas, 2005) 


사회 교환 이론이 야기하는 바 중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관계에서의 만족도가 관계 유지 여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힘들고 불만족스러운 관계가 계속해서 지속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관계가 일찍 끝나기도 하는 이유를 사회 교환 이론을 적용해 보았을 때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연인 관계에서 행복하기 때문에 관계를 지속할 수도, 누군가는 그 관계에 의지를 너무 많이 하고 차마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지속하는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 


관계의 성과(outcome)는 우리가 받는 것에서 주는 것을 뺐을 때 남는 값이다 (Outcome = Rewards - Costs). 경제적으로 설명하면, 쉽게 말해 상대가 나에게 20,000원어치의 밥을 사고 내가 15,000원어치의 밥을 샀을 때 성과는 5,000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성과를 분석할 때 두 가지의 기준을 사용하는데, 1. 비교 수준 (Comparison Level) 즉 우리가 관계로부터 기대하는 것, 그리고 2. 대안 비교 수준 (Comparison Level for Alternatives) 즉 우리가 대안으로부터 기대하는 것이다. 이 ‘비교 수준’이 성과보다 클 때 만족도는 높아지고 작아질수록 만족도가 낮아진다. 즉 아까의 예시에서 내가 예상했던 비교 수준이 10,000원이라면 (상대가 25,000원어치의 밥을 샀든 내가 10,000원어치의 밥을 샀든), 실제 성과는 5,000원이기 때문에 나는 관계를 불만족스럽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만족도와는 관계없이 우리는 현재의 관계를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혹은 싱글이 되었을 때와 비교하곤 한다. 이러한 대안 비교 수준은 우리가 현재의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용납할만한 중 가장 낮은 레벨의 성과다. 만약 모든 면모를 따졌을 때, 대안이 줄 수 있는 (혹은 있다는 생각이 드는) 만족도가 현재 관계의 만족도보다 높음을 인지하게 되면 이별은 시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재 파트너와의 비교 수준은 지난 과거 경험들로부터 비롯되며, 실제로 얻는 성과들에 따라 조정되곤 한다. 때문에 관계에서의 훌륭한 성과 (즉, 주는 것보다 현저히 높은 받는 것의 수준) 는 처음에는 그저 기쁨만을 주겠지만 서서히 그 성과가 새로운 비교 수준이 되며, 현재 받는 것들을 당연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받는 것은 그대로이더라도 기대치가 높아지면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현재에서의 기브앤테이크를 차치하고서라도 관계에 내가 ‘투자한 양’이 많을 때 사람은 관계를 떠나기를 주저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 투자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고정 비용(sunken costs)이라고 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우리는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의 계산을 하며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깊이를 제대로 재지 못하고 보고 싶은 점만 선택적으로 바라볼 때도, 상대의 호의를 원래 제 것인 양 당연시하기도 한다. 혹은 당장의 뜨거운 감정에 눈이 가려져 정말로 봐야 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곤 한다. 그래서 여러 측면을 조목조목 따져 보았을 때, 우리가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떠나야 하는 관계를 떠나지 못하거나, 좋은 관계를 작은 이유로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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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Lucas, R. E. (2005). Time Does Not Heal All Wounds: A Longitudinal Study of Reaction and Adaptation to Divorce. Psychological Science, 16(12), 945–950. http://www.jstor.org/stable/40064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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