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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수연 ]


pixabay

지난해 12월 25일, 한 여자는 남자친구의 집에서 사람의 시체를 발견한다. 남자친구는 곧바로 체포된다. 요 근래 세간을 뜨겁게 달군 이기영 사건의 시작이다. 이기영은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 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동거녀 살해 후 유기’, ‘접촉사고를 낸 택시기사 유인 후 살해’라는 범행 방식에 많은 사람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뉴스를 보며 “저거 정말 사이코패스 아니야?”라고 말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 수사과정에서 정말로 이기영은 사이코패스가 맞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들 한 번쯤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이코패스 검사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검사를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몇몇 친구들은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물론 그 결과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이기영과 같은 범죄자(용의자)가 사이코패스가 맞다는 공식적인 결론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내려지는 걸까?

 

사이코패스인가? 아닌가?


이기영에게 처음부터 사이코패스 진단이 내려진 건 아니었다. 지난 1월 6일 경찰은 이기영의 사이코패스 검사가 ‘진단 불가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경찰 소속 프로파일러 2명이 사이코패스 검사 PCL-R을 진행했으나 몇몇 항목에 대한 평가 자료가 정확하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에서 ‘통합심리분석’을 통해 이기영의 사이코패스 진단을 내렸다. 왜 처음부터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이 나오지 않고 이후에 진단되었는지, 이 결과는 신뢰할 만한지 의문점을 가질만하다. 

 

PCL-R 검사


PCL-R은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가장 대표적인 검사이다. 20개의 자기 보고식 문항으로 사이코패스의 척도를 평가한다. 각 문항은 크게 대인관계, 감정/정서, 생활방식, 반사회성 등을 평가한다. 각 문항당 0-2점 사이의 점수를 부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25점 이상을 사이코패스의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유영철, 조두순, 강호순과 같은 강력 범죄자들이 해당 검사에서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PCL-R은 프로파일러 같은 전문 면담자가 검사 대상자와의 면담과 함께 심리검사결과, 성장과정 등을 면밀히 살펴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기영의 경우 몇몇 항목에 대한 평가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해당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기영이 검사 과정에서 수차례 말을 바꾸며 검사에 혼동을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검사 대상자의 면담이 중요한 평가 요소임에도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없어 진단이 어려웠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통합심리분석


이후 이기영의 심리분석은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 이루어졌다.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은 통합심리분석이 가능한 국내 유일한 기구이다. 대검찰청예규 제1247호에 따르면 통합심리분석이란 심리생리검사, 뇌파검사, 행동분석, 임상심리평가 중 심리분석 의뢰 목적에 따라 2개 이상의 분석기법을 적용하고 그 결과를 통합하여 최종 분석결과를 제시하는 심리분석 기법을 의미한다. 이중 임상심리평가는 여러 심리검사를 통해 대상자의 인지능력, 심리, 성격 정신질환, 재범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기법이다. 앞서 살펴본 PCL-R도 임상심리평가에 사용될 수 있다. 심리생리검사와 행동분석은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론하는 분석기법이고, 뇌파검사는 범죄정보의 인지 여부를 추론하는 분석기법이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는 이기영의 허위 진술의 영향을 줄이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전문적이고 세밀하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PCL-R 검사는 대부분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실제 검사가 이루어질 때는 대상자가 직접 문항에 대답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가 여러 정보를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이다. 통합심리분석 역시 많은 양의 자료로 진단된다. 일례로 ‘정인이 사건’으로 알려진 양모 장 씨의 재판 과정에서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장의 증언에 따르면 정확한 심리검사를 위해 PCL-R을 포함한 10가지의 심리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즉, 공식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사이코패스 검사의 경우 타당한 근거를 지니고 있다.

 

어울러 범죄자를 진단하는 여러 분석 도구와 방법의 세밀함은 수사 과정을 자신이 통제하고자 하는 범죄자의 시도를 무용하게 한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한 방송에서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 “(수많은 범죄자들이여) 다들 너보다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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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참고자료>

-권숙희, ""이기영 사이코패스 진단 불가능"…집 혈흔은 지인·숨진 동거녀", 「연합뉴스」, 2023.1.6.

-황보혜경, " "이기영, 동거녀 계획살해"...'사이코패스' 진단", 「YTN」, 2023.1.19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정인이 양모…어떻게 입양 가능?", 「뉴시스」, 2021.3.8.

-검찰청홈페이지, 검찰활동, n.d., https://c11.kr/19vlg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심리분석규정, 2021. https://c11.kr/19v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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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2-01 18: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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