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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의 유일한 도피처, 잠 - 체념 증후군에 대하여 - 현실이라는 독사과를 삼킨 아이들
  • 기사등록 2023-02-07 08: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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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지하늘 ]


스웨덴의 난민 정책


스웨덴은 세계에서 인구 대비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는 국가다. 인구가 채 천만 명도 되지 않는 스웨덴은 국민의 10명 중 4명이 난민일 만큼 난민 비율이 큰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스웨덴 또한 난민 수용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커졌고, 결국 난민 수용을 점차 줄이게 되었다. 스웨덴의 일간지인 ‘다겐스 뉘헤테르’는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발표하였는데, 스웨덴이 수용하는 난민의 수를 상당 정도 줄여야 한다는 답변이 41%가 넘었다고 밝혔다. 반면, 난민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은 12%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웨덴은 난민 수용을 대폭 줄였고, 스웨덴으로 이주를 해온 난민들은 자신이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거주 승인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체념 증후군


이런 상황 속에서 난민들, 그중에서도 어린아이들은 ‘체념 증후군’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불안한 삶 속의 유일한 도피처인 ‘잠’을 택한 것이다. 체념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백설 공주처럼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잠에 빠진다. 주변의 모든 환경이 너무나도 끔찍해서 현실이라는 독 사과를 삼키고 잠에 빠짐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체념 증후군의 첫 증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것이다. 그러다 점차 먹는 양이 줄게 되고 이내 먹고 마시는 행위를 일체 중단한다. 그러고는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이다. 이것은 혼수상태와 비슷한 증상인데, 그 기간이 수개월부터 수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부모는 잠든 아이들에게 매일 말을 걸어주고 근육이 퇴화하지 않도록 운동도 시키고, 업고 산책하러 나가며 아이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한다.


체념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자기 가족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거주 중이고,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것을 안다. 또한 본국으로 돌아가면 어떤 끔찍한 일을 겪을 줄도 알고 있다. 이건 아이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는데,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해롭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가정환경이다. 안정적인 환경은 아이들이 체념 증후군에 노출되지 않게 해주며, 체념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의 유일한 회복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어 안정적인 가정이라는, 자신을 깨워줄 왕자님을 기다린다.



<체념 증후군의 기록>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인 ‘체념 증후군의 기록’에는 체념 증후군에 걸린 세 아이에 대한 사연이 나온다. 그들의 사연을 보면 왜 아이들이 체념 증후군에 걸릴 수밖에 없었는지, 왜 현실을 극도로 피하고 싶을 만큼 끔찍하게 생각했는지 단번에 납득할 수 있었다.

 

레일라는 10살의 여자아이로, 그의 어머니는 스웨덴으로 이주를 오기 전, 자신이 살았던 마을에 우물을 뜨러 갔다가 남자들에게 성폭행당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레일라 가족은 스웨덴으로 이주를 왔고, 레일라는 체념 증후군에 걸리게 되었다. 레일라 가족은 추방 명령에 항소한 상태이며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가족은 레일라 뿐만이 아닌 그의 언니 또한 체념 증후군 초기 증상을 겪고 있다.

 

다리아는 7살이 된 여자아이로 스웨덴으로 이주를 온 난민이다. 그의 아버지는 본국에서 고문당했고, 스웨덴에서 거주 승인이 나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망명 신청이 거부되었고, 다리아는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가족들과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며 학교에서 매우 울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다리아는 음식을 거부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 이후 다리아 가족은 망명 거부 판정에 항소하여 결국 스웨덴 거주 승인을 받아냈다. 그러자 다리아는 놀랍게도 상태가 호전되어 다시 깨어나 건강히 학교생활을 하며 지낸다.

 

이처럼 체념 증후군은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의 가족이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면, 아이들은 놀랍게도 상태가 호전되고 회복된다. 망명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아이와 그 가족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체념 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정확히 이렇다 할 원인을 찾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결론


스웨덴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반이민 정서가 스웨덴 안에서도 확산 중이고 이 와중에 망명 정책 또한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그동안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체념 증후군 증상을 보이고 있고, 호주 난민 수용소에 있는 아이들 또한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한창 성장하고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아이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깊은 잠에 빠진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나 행복처럼 거대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평범하기를 바란다. 남들처럼 안정적인 곳에 정착해 학교에 다니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진짜 집이라고 느끼는, 그런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 말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잠자는 아이들을 구원해줄 ‘안정’이라는 백마 탄 왕자님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기를 늘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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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체념 증후군의 기록

-스웨덴 국민 열 명 중 6명꼴로 난민 수용 더 줄여야 [연합뉴스]. (2018).

URL: https://www.yna.co.kr/view/AKR20180422063400098

-169명의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후 깨어나지 못했다 [경향신문]. (2022).

URL: 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221017104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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