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수
[The Psychology Times=김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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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타임이란 무엇일까?
국가번호마저 82인 빨리빨리 나라 대한민국에 살면서 코리안 타임이라는 표현에 대해 처음 듣게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 쪽에 선 사람이 문 닫힘을 눌러주는 것이 에티켓이라 할 정도로 시간을 쪼개어 사는 우리이기에 코리안 타임 역시 빠르게 하거나 일찍 시간을 당기는 걸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코리안 타임은 예상과 정반대의 뜻이었다.
고구려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코리안 타임은 ‘약속한 시각을 잘 지키지 않는 한국인의 시간관념이나 습관을 낮잡아 이르는 말’을 뜻한다.
모두가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한다고 일반화하기엔 어렵지만 코리안 타임에 대해 듣고 나서 몇몇 기억이 떠올랐다. 다들 한 번쯤은 약속 시간에 늦거나 친구를 기다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이들은 어째서 늦는 것일까?
지각쟁이의 사정
2016년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자인 에밀리 월둔과 마크 맥다니엘이 발표한 논문에선 '시간 의존적 미래 계획 기억'(Time-Based Prospective memory, TBPM)이란 개념을 소개했다.1)
우리의 기억력은 과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것 또한 기억력이다. 미래 계획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앞으로 소모될 시간을 예측하여 안배해 임무에 임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때, 미래 계획 기억이란 미래에 수행해야 할 일에 대한 기억으로 식후 약 먹는 것, 친구와의 약속 시각이나 타인의 생일을 기억해내는 것 등을 포함한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지각하는 심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늦는 사람들의 부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매번 일정한 시간을 늦는 사람이고 다른 부류는 편차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첫 번째, 매번 일정한 시간을 늦는 사람은 약속 시간에 5분에서 10분 정도 늦는 사람들이다. 시간에는 범주가 존재한다. 소요되는 시간을 대략 30분, 1시간 30분과 같이 큰 덩어리로 나눠두는 것이다. 이들은 그 범주의 마지막 순간에 출발하기 때문에 약속에 늦는다. 즉, 약속을 기억하고 ‘1시간 안에는 준비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50분쯤에 준비를 시작한다. 현재 범주의 어느 지점인지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약속을 나가기 전 다른 행동을 하는 점이다. 준비 시간에는 물리적 이동 시간만이 아니라 심리적 이동 시간이 필요하다. 일과 일, 그 사이에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 시간도 있기에 틈을 두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 매번 늦는 시간의 편차를 알 수 없는 부류의 사람들은 미래 계획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또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자기 일에 몰두해 약속에는 소홀해지게 되어서 그렇다.
이 두 가지 부류를 떠나서 약속에 늦는 이유는 모임의 사람들이 가깝게 느껴져서 비난이 두렵지 않거나 그 약속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늦는 이유는 이동을 해온 경험 중에서 최소 시간이 소요됐던 것을 중심으로 생각해 낙관적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즉 해당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가장 오래 걸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시간도 제때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약속까지 지킬 거냐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약속 시간에 늦어 기분이 상한 사람들은 그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본다 생각해 시간을 계산하고 늦지 않게 나왔는데, 상대가 늦어버린다면 자신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만약 약속 시간에 늦었다면 미안함을 표현하자. 그리고 한 번 자신을 돌아보며 앞서 설명한 이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천천히 와’가 진짜인 줄 아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앞선 정보를 토대로 시간약속에 늦지 않는 네 가지 방향을 세워볼 수 있다.
첫째, 준비 시간을 쪼갠다.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씻는 시간과 옷을 입는 시간, 가방을 챙기는 시간 등으로 준비 시간을 단계별로 나누는 것이다.
둘째, 심리적 준비 시간을 가진다. 다른 일을 하다가 바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 장소에 가는 길을 미리 찾아보며 심리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셋째,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에 매번 늦었다면 가는 데 가장 오래 걸렸던 시간을 적어 보자.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가장 늦는다는 말은 이동 시간을 짧게 생각한 낙관적 오류의 결과일 수 있다.
넷째, 만약에 늦는다면 어느 정도 늦는지 예측하고 범위를 미리 알린다. 기다리는 당사자는 가만히 서 있을지 혹은 근처 카페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게 된다. 또 바람 맞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땐 미리 늦는다고 연락하자 그리고 사과도 잊지 말자.
하나의 조언을 추가하자면, 너무 일찍 나가는 것이 두려울 땐 책을 챙기는 것이 좋다. 필자는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들을 의식하며 기다리면 없던 화도 생겨나기 때문에 아예 관심을 돌리고 혼자 몰두할 수 있는 책을 자주 챙겨 다니는 편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에게는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약속 시간에 늦는 습관을 고쳐야 하는 이유는 사실상 본인 스스로 위해서이다. 약속 시간에 늦게 되면서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상대에게 자신이 소홀한 존재이기에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의 시간을 헛되이 바닥에서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 소중한 순간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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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김지윤, “당신이 만날 지각하는 과학적인 이유”, , 2017.4.6., https://ytn.co.kr/_ln/0105_201704061510070960
2) 사피엔스 스튜디오, “"조금 늦어도 이해해 주겠지?" 매번 약속에 늦는 '프로 지각러'의 심리⏱️ [타인의 심리 읽어드립니다 EP.22] | 김경일 교수”, <유튜브>, 2022.1.12.,https://www.youtube.com/watch?v=qt2K-JQNT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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