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린
[The Psychology Times=강예린 ]
요즘은 다시금 레트로, 아니 뉴트로의 열풍이 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레트로의 뜻은 라틴어 ‘retro’에서 시작된 말로 회상, 회고, 추억의 의미가 있는 명사 ‘레트로스펙티브 (Retrospective)’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레트로를 소비하는 층은 과거에 이미 경험한 적이 있던 4~50대인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10~20대 정도의,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나이대인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레트로를 바탕으로 해서 ‘새로 재생산’하는 뉴트로를 주로 즐긴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과연 그 문화를 직접 누려본 적 없는 세대들은 어째서 그런 콘텐츠에 열광하게 되는 것일까?
pixabay이렇게 과거의 향수를 부르는 것들이 인기를 끌게 된 계기야 여럿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파편들을 먼저 꺼내 보겠다.
2014년도에 인기 프로그램이던 무한도전이 특별한 기획을 했다. 바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를 통해 90년대 인기를 풍미했던 가수들을 모아 추억 되살리기에 돌입한 것이다. 당시 인기가 있던 S.E.S나 터보, 소찬휘 등을 포함한 가수들이 뭉친 것인데, 신기하게도 단순한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고 당시에 노래들이 역주행한 결과를 낳았다. 당시 평범한 중학생이었지만 이러한 열풍이 밀려오며 반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 H.O.T의 캔디나 쿨의 애상을 바탕으로 춤을 기획하고 췄다. 그리고 과거만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서 ‘싹쓰리’ 등 새로운 프로젝트 역시도 인기를 드러냈다.
한정된 시대의 전유물처럼만 느껴지던 것들. 과연 최근에 나온 음악들이 LP나 카세트 테이프라는 익숙하지 않은 매체로 출시가 되고, 젊은 세대가 그 생소함에 열광하는 것은, 누군가가 보기에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다. 오래된 노래를 찾아 듣고,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튼 몇 번에 찾을 수 있는 노래를 LP로 즐기곤 한다.
사실 어떠한 세대에는 레트로적인 소재가 익숙하면서도 생소하다. 이렇듯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기에 새로움과 향수의 단어를 합성해 뉴스텔지어라고도 칭한다.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듯 정신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덕도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을 통해서 비춰봐도 그렇다. 그 시대에 인기 있던 노래들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다시 부르는 식이다. 재생산으로 인해 새로우면서도 본래 있던 복고풍 적인 느낌. 그것을 경험하는 것은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를 이어주면서, 한편으로는 지친 일상 속에서 간접적인 향수의 경험으로 과거 회상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위로가 되어준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대리적 노스텔리어’이다. 실제로 연구를 통해서 보면 직접적인 경험인 체험적 노스텔리어와 함께 대리적 노스텔리어 역시 뉴트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느린 것’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번거로움이 아닌 자신만이 지닌 하나의 매력으로 어필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곧바로 결과를 담고 싶을 때는 주머니 속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지만, 여행에서 이 추억을 잘 담고 며칠씩 기다리는 ‘느림의 느끼고 싶다면 일회용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선택적 느림으로 현재를 잠시 멈추는 일을 도와준다. 또한 바쁘지 않고, 조급은 선명하지 않은 이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해준다.
이러한 대리적인 그리움,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익숙한 느낌을 지니고 있어 안정감을 주는 뉴트로. 이러한 움직임은 개인의 일상이 고단한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조금 슬프다.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조명하자면 과거의 것을 고루한 것으로 느끼며 지우는 대신에 모든 세대가 아우러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최근에도 여전히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나 이문세의 ’사랑은 늘 도망가‘ 등이 최근 부쩍 대중적으로 다가온 트로트 가수 정동원과 임영웅이 다시 불렀다. 개인적으로 신선한 잠시의 움직임이 아니기를 바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나누지 않은 채 공유하고 발전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오늘은 좋아하는 가수가 다시 부른, 리메이크 곡을 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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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유란 외, 2022, 왜 뉴트로 콘텐츠에 열광하는가? : 미디어 콘텐츠의 차별화 전략,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2권(4호), 47~57(11p).
이데일리, 2019.: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531766622357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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