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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차민경 ]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간관계로 지친 현대인들은 누군가에게 맞추지 않고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혼밥 (혼자 밥 먹기), 혼영 (혼자 영화 보기), 혼코노 (혼자 코인노래방 가기)라는 단어들이 널리 퍼질 정도로, 사람들과 같이하는 행동들보다 혼자 할 수 있는 행동들이 보편화되었다. 과거 핸드폰과 통신이 발달하기 전에는 직접 만나지 않으면 사람들과 소통이 불가능했으나, SNS와 전화, 여러 가지 인터넷 플랫폼들이 발달함에 따라 직접 대면으로 만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었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혼자서도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수단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과거 어떤 시대들보다도 혼자서도 즐거운 생활을 보낼 수 있는 현시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은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한국임상심리학회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고독 지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고독 지수는 78점으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왜 인간은 이해받고 싶어 하는가?



위 현상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왜 인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싶어 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5가지의 기본 욕구가 있다 --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 중 사람들이 인정받고 이해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상위 욕구인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에 해당이 된다.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은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고 본다. 즉 대부분의 사람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보장된다면,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애정을 받고 싶고, 어떠한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고, 타인에게 존경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인정과 이해는 우리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싶으면 침대에 자러 가는 것과 같이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양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고립되는 현대인들


이처럼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욕구가 있음에도 왜 현대인들은 혼자 지내기를 선택하고 더욱 편해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아마 가장 흔한 이유는 반복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실망의 기억이 자신을 고립시키게 만들었을 수 있다. 누구나 처음부터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피하고 혼자 있는 것만이 좋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과 어울리며 각각의 인연에 기대하고, 실망하고, 상처받는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사람들과 경험을 지난 좋지 못했던 기억들에 빗대어 예측하게 되고, 결론적으로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인 불신이 커지면서 자신을 고립시키게 된다. 어쩌면 사람을 피해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현대인들의 행동은 더 이상 사람에게 상처받고 실망하고 싶지 않아 하는 메시지와 그러한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일종의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무엇으로 완전해지는가


인간은 불완전하고 모난 점 하나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에, 더불어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는 듯하다. 불완전한 인간은 무엇으로 완전해지는가? 인간이 완전해진다면 그것은 아마 인간이 아니라 신일 것이고, 그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이 완전해질 수 있는 방법은 개개인의 부족한 점을 서로가 채워주는 것이다. 마치 퍼즐을 맞출 때 볼록한 부분을 가진 퍼즐 조각은 오목한 부분의 다른 퍼즐 조각을 채워주고, 비로소 수천가지의 퍼즐 조각들이 모여 한 편의 완성된 그림을 만드는 것처럼, 사람들은 완전해지기 위해서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상호작용하며 더욱더 연결되어야 한다. 몇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로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그것을 채워주며 더불어 살아갔기 때문이다. 어쩌면 현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와이파이와 더 많은 인터넷 플랫폼이 아닌 인간의 불완전함을 알고도 서로에게 손을 뻗는 자그마한 용기와 따듯한 배려일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건네기도, 힘에 부칠 땐 도움을 받기도 해보자. 오히려 동굴 속으로 더욱더 깊이 가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로 마음의 빚을 지기도 하고, 마음의 빚을 갚기도 하는 삶을 살 때, 인간은 비로소 완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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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임상심리학회, '대한민국 고독지수 조사', (2018.4)

(한국임상심리학회와 한국심리학회 소속 심리학자 317명) 연합신문, '한국인 외로움 커진다...고독지수 78점 달해', (2018.04.02). http://www.yna.co.kr/view/AKR20180402060600017

네이버 지식백과 "욕구 단계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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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08 20: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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