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은
[The Psychology Times=성지은 ]
출처. Pixabay
"공원의 봄을 본 적이 있나요?"
바람을 타고 가볍게 손 흔드는 나무, 느릿한 걸음으로 걷는 사람, 이제 막 몸을 일으키는 잎사귀, 구름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 알록달록 옷을 입은 꽃들이 있다.
이 모습을 카메라로 찍으면, 신기하게도 눈으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눈으로 보면 카메라만큼 보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기거나, 설사 봤다고 해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단편적이며, 편협적인 시각 정보로 보는지를 나타낸다.
눈과 카메라의 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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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보고 싶은 것, 볼 수 있는 것만 보지만 카메라는 네모로 잘라서 보고 주목하지 않았던 것까지 화면에 담는다. 또한, 현실에 있는 모습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닌 제한적인 정보만 받아들이는 인위적인 장치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로 보는 것의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다르게 바라보지 못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생물학적인 진화의 적응 기제들 때문이다. DNA를 통해 물려받아 설계되어 있는 시각 정보는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다른 식으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무지개를 7색으로만 인식하고 보게되었다.
두 번째, 사회적인 경험과 학습 때문이다. 어떤 사회에서 교육하고 경험하고 기억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세 번째, 사물(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보는 방식을 특별하게 설계한다. 즉, 위협적인 환경에 노출되지 않아 주변을 자주 경계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익숙해진 건물 양식, 사람, 풍경에 비슷한 프레임을 씌워 시각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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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따라 그린 사진, 슬픔을 적혀낸 사진, 애틋함을 담은 사진 등 찍는 이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사진의 표현도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백 번의 물음을 하나의 그림이 대신한다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이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사진은 찍는 사람의 감정과 생각 심지어 성향도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사진을 찍는 과정을 세 가지로 나누는데, 사진을 찍으러 가는 순간, 찍는 순간, 찍고 난 순간이다. 이는 카메라의 프레임에 담을 것을 생각하고,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고, 사진의 정보를 관찰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른 이의 사진을 보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람은 무엇을 찍고자 했을까?”, “사진이 나에게 말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등 왜 그렇게 찍었는지에 대한 주관적 해석 속에는 우리가 알고자 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도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을 연구도구로도 사용하는데, 대표적으로 주제통각검사(TAT: Thematic Apperception Test), 집-나무-사람 검사(House-Tree-Person test) 등이 있다. 전문가는 “나”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수면 위로 나타나게 하므로 관점이 반영된 사진은 연구 도구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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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잊는 것 중에 하나는 매일 같은 하루를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은 끝없이 변하면서 다른 형태를 유지하지만, 어떤 것에 집중해 다름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때문에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서 찍은 모든 사진 하나하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소중한 단 한 장의 사진이므로 같은 장소, 옷을 입고 찍는다고 해도 절대로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그리고 이는 1999년 미국 심리학자 다니엘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들은 사람이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나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사람의 인지구조는 특정한 영향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므로 매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때로는 우리가 보는 것을 의심해야 하며, 한 곳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으로 흥미롭게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은 1분 동안 수십 개의 생각들을 할 수 있지만 그것들은 대개 빠르게 사라진다. 그와 달리 카메라는 또렷하게 모든 순간의 나의 감정과 온도를 찍어내므로 사진은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이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지표가 된다.
그러므로 필자는 모든 사람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사진찍기를 권하지만, 특히 삶의 재미를 찾는 사람이라면 더 강력히 추천한다. 그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세상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쉼없이 바뀌는 변화를 관찰하며,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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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경숙. (2016). 인간 심리에 대한 연구도구로서의 사진: 우정 사진을 예로. 디지털융복합연구, 14(3), 337-344.
-[네이버 지식백과]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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