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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양현서 ]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는 죽음을 앞둔 두 주인공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성취해간다. 스카이 다이빙하기, 인도 타지마할 보기, 세렝게티에서 사자 사냥하기, 오토바이로 중국 만리장성 질주하기 등 하고 싶은 일들은 새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보통 죽음을 마주한 이들의 버킷 리스트가 새로움으로 가득할 거라 생각한다.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 혹은 시도하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로 목록을 채울 거라 예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익숙하고 편안한 일 대신 아무런 고민 없이 새로움을 택할 수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어떤 것에 끌리게 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익숙함 VS 새로움


습관은 곧 익숙함을 뜻한다. 우리의 일과는 대부분 습관을 통해 이뤄져 있다. 평소처럼 일어나 그 뒤 이어지는 일련의 행동들에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 이미 일과가 정해져 있고, 이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하나하나 의식하며 살아가진 않지만, 우리의 매일은 대부분 습관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익숙한 상태에 머무르고 이 습관들을 지속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친숙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되려 더욱더 강해진다. 익숙해진 감정을 뇌에서는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해당 기준에 반하는 자극들이 전달되면 무시하려고 드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한 것들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인지된 결말’, 익숙함에 이끌리는 이유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연구 저자인 에드 오브라이언 박사와 카츠마타 위넷 유지는 한 실험을 통해 익숙함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를 증명했다. 사실 이전에도 이러한 주제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전 연구들은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익숙함보다는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었다. 이를테면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른다고 가정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관람한 영화보다는 새로운 영화를 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이들이 한 연구에서는 ‘인식된 결말’, 다시 말해 이전의 경험들이 익숙한 것과 관련된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서는 거의 6,0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8개의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대학원 학생들과 온라인 참가자들에게 익숙하거나 새로운 두 종류의 상황이 담긴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어야 했다. 이후 절반의 참가자들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상황을 택하고, 나머지 절반은 그들이 고를 이 상황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도록 지시받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가 친숙한 활동을 선택했다.


이렇듯 ‘인지된 결말’은 사람들의 선택에 있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우리가 익숙함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보다 안전한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친숙한 존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런 것들이 개개인에게 의미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전의 경험을 통해 익숙한 것이 제공했던 추억과 의미를 떠올리고, 이는 이후 결정 과정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결국 성장이란 새로움을 익숙한 것으로 만드는 과정



그렇다면 과연 익숙한 것만을 선호해도 괜찮은 걸까. 사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는 대부분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볼 때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대표적인 예시가 에펠탑이다. 에펠탑이 세워진 1889년 파리는 고전적 건축양식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시 기준으로는 최고 높이인 330m에 달하는 철조 건물은 파리지앵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다. 해당 건축물을 두고 비난의 물결이 일었고, 한 편에서는 에펠탑이 곧 무너질 거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오늘날 에펠탑은 파리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평소 길든 익숙함을 지나치게 고집할 경우 새로운 것의 탄생을 지연시키게 된다. 대부분의 분야에 있어 성장은 낯설고 새로운 것에서 온다. 이런 것들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나 이에 점차 익숙해지고, 그 내면에 존재하는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면 발전의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생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며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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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유란, 송원숙. (2022). 왜 뉴트로 콘텐츠에 열광하는가? : 미디어 콘텐츠의 차별화 전략. 한국콘텐츠학회

medicalpress. (2022).https://medicalx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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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23 22: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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