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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시연 ]


혹시 마음속에 그 시절 나를 설레게 했던, 첫사랑이 자리하고 있는가? 꼭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은 연애뿐만 아니라 다른 인생의 경험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발견되는데, 이는 ‘자이가르닉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 자이가르닉 효과란?

1927년,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기다리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Bruma Zeigarnik)은 갑자기 한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된다.

“웨이터들은 어떻게 저 많은 주문을 모두 기억하는 걸까?”

수많은 테이블과 더 많은 메뉴. 이것들을 메모 하나 없이 모두 기억하는 웨이터들에게 궁금증이 생긴 그는 계산을 마친 후, 웨이터를 불러 자신이 주문한 메뉴를 기억하느냐고 물었지만 웨이터는 기억하지 못했다. 주문을 받은 메뉴는 손님의 테이블로 전달되기까지 웨이터가 책임지고 그 내용을 인지할 책임이 있지만, 이미 손님이 다 먹고 계산이 끝난 음식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작업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관련된 기억이 계속해서 남아있고, 반대로 과정이 마무리되면 그와 관련된 정보는 망각하게 되는 것을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 한다.

 

이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자이가르닉은 두 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두 집단 모두 구슬 꿰기, 시 쓰기 등 간단한 과제가 주어지지만, A 집단 학생들은 작업 도중에 다른 과제가 부여되거나 중단되는 등 과제가 완성되지 않도록 하고, B 집단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관여도 없어 별탈 없이 과제를 수행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과제 수행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과제에 대해서 떠올려 보도록 하자, 과제를 무사히 완료한 B 집단 학생들의 회상률은 32%에 불과했던 반면, 미완결 상태로 과제가 남겨진 A 집단 학생들은 68%로 약 2배 가까이 회상률이 높았다. 이에 대해 자이가르닉은 과제 수행 과정에서 중단될 경우, 그 일을 계속하여 마무리 지으려는 동기와 압박이 작용하는 인지적 불평형 상태(disequilibrium state)가 야기되며 이 긴장 상태는 과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 당신이 첫사랑을 잊을 수 없는 이유



자이가르닉 효과는 학습, 업무상의 경험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이뤄지지 않았거나 아쉬움이 남는 기억들은 머릿속에 더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것이 자이가르닉 효과의 예시이다. 이러한 사례는 마케팅에서도 자주 활용되는데, 흔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순위를 발표하기 전 광고를 보도록 편성하는 것이 그렇다. 가장 궁금한 결과 발표를 남겨두고 나오는 광고는 채널을 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노출되고, 그러한 상황에서 본 선전 내용은 시청자에게 더욱 오랫동안 기억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더욱 극적인 내용이 기대되는 부분에서 다음 화로 미루거나 예고편만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더욱 그 내용에 관심을 갖고 시청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정된 매니아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완결되거나 기한이 지난 내용에 대해 사람들은 무관심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험이 끝나면 그와 관련된 내용을 싹 잊어버리는 것 역시 자이가르닉 효과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경험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그때 끝을 봤더라면’이라는 후회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생각에 잠기게 만들곤 한다. 한순간의 추억이, 잠깐의 아쉬움이 묻어난 경험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하나의 서사를 더욱 완성도 있게 완결짓고 싶은 우리의 작은 욕심이 담긴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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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무심아, & 양재범. (2020). 광고여백에서 나타나는 자이가르닉 효과 (Zeigarnik Effect). Journal of Integrated Design Research, 19(4), 111-124.

2) Denmark, F. L. (2010). Zeigarnik effect. The Corsini encyclopedia of psychology, 1-1.

3) Savitsky, K., Medvec, V. H., & Gilovich, T. (1997). Remembering and regretting: The Zeigarnik effect and the cognitive availability of regrettable actions and inactio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3(3), 248-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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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26 17: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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