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가현
[The Psychology Times=우가현 ]
100점짜리 칭찬?
우리가 상대를 좋은 사람이라고 가장 직관적으로 느끼는 순간은 바로 ‘칭찬’받을 때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기 원한다. 그러므로 나를 칭찬해 주는 사람에게 쉽사리 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칭찬이 결국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태어난 후 우리가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칭찬의 근원은 부모님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발을 딛었을 때, 블록을 쌓아 올렸을 때, 시험을 다 맞았을 때, 부모님은 우리에게 칭찬을 해주신다.
“우리 딸, 시험 100점 맞았네! 너무 잘했어. 네가 엄마 딸이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러워. 우리 딸은 못하는 게 뭐야?”
언뜻 보면 이보다 좋은 칭찬은 없을 만큼 완벽하다.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말들뿐이다. 그러나 이 칭찬은 100점짜리 칭찬이 아니다. 왜냐? 어떠한 기준을 만족시켜야만 들을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험을 잘 치지 못해도 위와 같은 칭찬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아니다. 시험을 잘 쳐야만 들을 수 있는 칭찬의 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말을 들은 순간 생각하게 된다.
“아, 다음 시험도 100점을 맞아야 부모님께서 좋아하시겠지? 잘 치지 못하면 어쩌지. 그럼 나는 자랑스러운 자식이 아니게 되는가?”
물론 지나친 생각이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음에 해야 할 혹은 만족시켜야 할 행위에 대해 걱정하고, 부담을 가지게 되며,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칭찬이 아닌 격려
그렇다면 어떤 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인가? 바로 격려이다. 격려란 위로의 말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격려의 사전적 의미는 용기, 의욕이 그 안에서 솟아나도록 북돋아 주는 것 또는 물결이 부딪혀서 흐를 수 있도록 힘써서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이미 상대의 마음에 존재하는 용기의 물결이 그 안에서 솟아나고 마음껏 흐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칭찬과 다르다. 어떠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해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칭찬은 그 사람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어 하는 말이라면, 격려는 존재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용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이는 로저스의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의 태도와 연관된다.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의 태도
대표적인 인간주의 학자 로저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경험을 스스로 평가하면서 자기실현(타고난 자기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을 이루어 나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모나 사회가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하고자 진정한 자기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바로 조건에 대한 긍정적 존중의 욕구 때문이다. 즉 부모나 사회가 어떤 것을 해야만 사랑해 주고 인정해 주기 때문에 사랑과 인정을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진정한 자기 삶과 조건적인 현실 사이의 괴리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괴리는 불안을 유발하게 되며 이 불안은 결국 다른 여러 가지 정신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저스는 내담자가 스스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도록 아무런 조건 없이 긍정적인 존중을 해주는 것이 바로 상담자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조건 없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준다면 내담자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성장하고, 건강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담자의 태도는 ‘상담자’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바로 부모, 사회를 포함한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자세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해 주고, 인정해 주는 격려의 태도는 결국 상대방이 “아, 이 사람은 자신의 만족이 아니라, 정말 나를 위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할 것이다.
격려하는 방법
그동안 칭찬과 격려를 굳이 나눠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혼동이 올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칭찬이 격려가 되게끔 해야 하는가? 격려는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첫 번째, 우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린 아이에게 “와, 너 멋지다”가 아니라 “어떤 색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나 보다. 정성이 느껴져.”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그 순간 그 사람에게만 해줄 수 있는 고유한 말을 해주어야 한다. 옷을 예쁘게 입고 온 친구에게 “예뻐”가 아니라 “파란색 옷이 잘 어울린다! 평소와 느낌이 달라 신선해.”라고 하며 그 사람에게만 그 순간 할 수 있는 말들을 해야 한다. 세 번째, 감동과 감탄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네 번째, 소속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인간은 공동체에 소속되기를 원하며 내가 그 모임에 필요한 사람이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를테면 “고마워, 네가 내 친구라서 참 좋다. 네가 있으니, 우리가 힘이 난다.”라는 말처럼 소속감을 주는 동시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집이 너무 세다.”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와 집념이 강하다.”처럼 말이다. 격려는 열 번 중에 한번 실수하지 않은 것을 보는 자세이다. 따라서 단점으로 보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해 주면 상대는 어느새 긍정적인 자아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격려로 가득 찬 세상
조련사가 고래에게 춤을 추게 하는 이유는 고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관람객들을 위해서이다. 넓은 바다에서 헤엄쳐야 할 고래들이 먹이를 위해 춤만 추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런 고래에게 필요한 건 칭찬이 아니다. 격려이다. 고래를 조건 없이 사랑해 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바다로 나가서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해주자. 우리도 더 이상 남이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 서로 조건 없이 사랑해 주고, 인정해 주는 그런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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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강현식, 『한 번 읽으면 저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 메이트 북스, 2019.09.02.
김현섭, 김성경, 『욕구 코칭-아이들과 욕구로 통(通)하다』, 수업디자인연구소,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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