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차민경 ]


11:59 PM , 이 시간은 필자에게 꽤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다. 과제 제출, 이메일 전송, 서류 검토 등등 대학생의 신분으로써 주어진 모든 업무들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 다음, 마감 기한인 12 AM 이 되기 직전에 업무들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자면 있는 시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말 그대로 할 일을 제때 처리하지 않고 미루다가 봉변을 당할 위기를 느끼고 급하게 처리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놀랍게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미루는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것이 정리되어있길 좋아하고 조그마한 실수를 발견하거나 아주 약간이라도 일이 수틀리는 경우를 극도로 싫어하는, 게으르고 미루기 좋아하는 성격과는 정반대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학교와 부모님의 관리 아래에 있었던 십 대 시절에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라도 일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정말 쓰기 싫었던 여름방학 일기라던지 혹은 너무나도 하기 싫은 시험공부 등 내가 당장 하고 싶지 않아도 주변의 압박 혹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의 앞날이 깜깜해지리라는 나의 내면의 자각 등으로 미루고 싶음에도 환경상 잘 미루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의 시간을 온전히 내가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미룰 수 있는 일은 끝까지 미루면서 여러 가지 봉변을 맞닥뜨렸던 것 같다. 중요한 프로젝트 초안을 일주일 전부터 생각했으나 정작 마감일 당일에 시작하면서 손을 벌벌 떨며 11:59 pm에 과제 제출 버튼을 클릭하는 불상사도 종종 발생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핑계라면 핑계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필자는 분명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그 누구보다도 컸다. 지난 몇 달 동안 이런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인 현상에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계속해서 일을 미루는 나 자신을 보며 자신을 스스로 질책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아니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할 일을 미루는 이유는 오히려 완벽주의가 심한 사람들에게 더욱더 잘 나타난다니? 1994년 발행된 Ferrari 박사와 Mccown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강박성은 결정성 미루기와 상당히 관련이 있었고, 충동성은 결정성, 회피성 미루기와 상당히 관련이 있다.”고 나타났다. 즉, 강박성이 높을수록, 충동성이 높을수록 주어진 일을 미룰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도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무거워져서 나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필자는 이 기사를 준비하며 지난날들을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더욱 솔직해지자면 심꾸미 활동 또한 거의 마감 시간이 임박하여 제출하는 자신을 보며 죄책감과 나 자신을 질책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심꾸미 활동뿐만 아니라 학교 과제, 다른 처리 해야 하는 업무 등을 미뤄왔던 이유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감 시간에 쫒겨 허둥지둥하며 살아갈 순 없다. 이러한 미루는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매번 미루고 초조해하고의 반복일 것이다. 필자와 같은 성향을 가진 심꾸미들을 위한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이번 일은 아주 대충 해서 대충 제출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잘해야 하는 강박과 성취에 대한 집착이 있는 필자와 같은 성향은 아마 일단 시작한다면 절대 대충 끝내지 않을 것이다. 완벽이란 100중에 100을 채우는 것이 아닌, 100중에서 나의 최대 능력치를 다 하는 것이 완벽이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심꾸미들이 잘해야 한다는 어깨 위 무거운 돌덩이들을 치워버리고, 더는 자기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성취의 과정 또한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지난기사

지나간 1분 1초를 백업해주세요!

아이고 두야! 할 일은 너무 많고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내가 과연 우울한 것이 맞을까?

실망하고 싶지 않아 기대하지 않는 당신에게

그 무엇도 늦은 것도 없고, 그 무엇도 낭비된 것은 없음을

더이상 무언가를 성취해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을 수 있을까?






Ferrari, J. R., & McCown, W. (1994). Procrastination tendencies among obsessive-compulsives and their relatives.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50(2), 162–167. https://doi.org/10.1002/1097-4679(199403)50:23.0.CO;2-Z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6480
  • 기사등록 2023-06-05 15:27:1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