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민
[The Psychology Times=현동민 ]
언론과 정치권에서 흔히 일컫는 MZ세대, 소신대로 할 말 다 하면서 살아가는 당찬 청년으로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이들이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 증상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 4년 동안 약 34% 정도가 늘었으며 이 중에서도 20~30대는 약 45%가 늘어나 환자의 증가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우울증 환자 10명 중 3~4명이 청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더해 자살률 역시 그 추세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브리핑 '2022 자살 예방 백서'에서는 “20대의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는 지난 2016년 16.4명에서 2020년 21.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30대의 자살률도 그사이 24.6명에서 27.1명으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에서도 "2020년 20대 사망자 2천2백여 명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3분의 2 수준의 1천4백여 명에 달하며 30대 또한 사망자 절반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라고 알렸다. 이에 인권위는 20대 30대 청년들의 우울 위험군 비율과 자살률 등의 수치가 위험 수준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요청해 사태의 심각성을 설파했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표면적 이유에는 기존 극도의 경쟁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병폐일 것이다. 그들이 마주하게 된 세상은 너무나도 혹독했다. 노동시장은 얼어붙었고 고용의 안정성은 취약하며 높은 주거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기 힘들어졌다. 날이 갈수록 양극화 현상은 심화 되어 부모의 귀속지위에 따른 기회 불평등이 만연하게 나타난다. 이에 청년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미래에 대해 긍정과 희망을 잃게 되었고 염세적으로 변해갔으며,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 자신을 비교했을 때 느끼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이자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감정이다. 이는 단순하고 일시적인 인식이 아니라 지속해서 미래에 대해 불안과 부정적이고 소외된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점을 토대로 청년자살의 인지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상대적 박탈감이 높을수록 자살 충동과 시도, 자살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이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학력과 소득이 낮고 미취업 상태일수록 자살 충동이 더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 박탈감이 “비교를 바탕으로 자신이 상위 계층 혹은 상위 집단의 말과 행동, 혹은 상위 집단의 평균치와 자신의 처지를 보고 느끼는 박탈감, 소외감을 일컫는 말”임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이다.
팬데믹 이후에는 ‘사회적 고립’ 문제 역시 크게 주목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청년들은 해당 시기에 비대면의 일상화되고 타인과 만날 기회가 축소, 제한되자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우울감과 고립감을 느껴 심리적 문제가 발생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김승재 교수,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응준 교수팀이 팬데믹 전후를 기준으로 대한민국 19세 이상 성인 우울증 유병률 변화 및 우울증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팬데믹 시기의 우울증 유병률은 5.2%로 팬데믹 이전 대비 4.3%에 비해 증가했으며 중증우울증 유병률은 약 2배 정도 증가했다”라고 알렸다.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은 청년들을 사회적으로 단절시키고 정서적인 외로움을 증가시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촉발한 것이다.
우리 청년들은 아파하고 있다. 정치권 및 언론들은 우리를 MZ세대라 부르며 자신들의 이편과 입맛대로 청년들을 지칭하며 다루지만 어두운 청년들의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하루빨리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제도와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각지대에서 외면받고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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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수비, 신예림, 윤명숙 (2022).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미래전망과 사회적 고립의 순차적 매개효과. 전북대학교. 369-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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