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이 늘상 설레고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여행이 기다려지고 마음이 붕붕 날아다니지만 막상 여행을 가게 되면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혼자 여행을 간다면 몰라도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여행을 간다면 서로가 가능한 여행 날짜를 일찍이 정하고 미리 호텔과 비행기를 예약/예매하고 투어를 알아보거나 일정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좋은 마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더라도 막상 함께 오랜 시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짜증이 날 수도 있고, 가까웠던 사이에 금이 갈 수도 있다.
혼자 여행을 계획한다고 해도 온전히 마음 편히 여행을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에는 책임과 긴장감이 따른다. 공항이나 호텔에 체크인을 잘 해내고 투어 차량이 도착하기 전까지, 혹은 여행이 끝나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긴장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원한다. 나 역시 성인이 되기 전 오랜 기간 동안 지구 반대편으로 훌쩍 탐험하는 것을 꿈꾸었다.
마침내,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는데, 그 전에 나는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했다. 약 한 달간 남아프카 공화국부터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짐바브웨를 여행하기로 계획했다.
분명 너무나도 오랜 시간동안 간절히 열망하고 또 꿈꿨던 순간이 현실로 실현되는 순간이지만 혼자만의 여행이 처음인 나에게는 비행기 표와 여행을 계획하고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이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검색하고,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기 때문에 괜히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설레기만 하고 싶었던 마음에 왜 내가 이 기회와 여행에 온전히 감사하지 못하는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출발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이리저리 싱숭생숭했다. 그토록 원했던 여행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저 행복하고 편안하기만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혼자서 오랜 비행을 할 수 있을지, 호텔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지, 무서운 일을 당하지는 않을지 전혀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세상에서 내가 문제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마음 한켠이 불편했고, 불편한 마음을 없애고 싶다는 마음까지 공존하였다.
8월 17일, 20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케이프 타운에 발을 디뎠다. 인도양을 가로질러 아프리카의 최남단에 온 것이다. 여행 전까지 나를 사로잡은 불안감은 온데 간데 없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과 생소한 동식물들이 눈에 가득 채워졌다.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행복했지만, 여행을 하며 스쳐지나가는 여러 인연과 나눈 대화도 정말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브라질, 독일, 영국, 앙골라, 모로코, 일본...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여행을 떠나온 스치는 인연과 잠깐씩 동행하며 나눈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 각자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내가 살아온 세상은 내 관점이 빚어낸 작은 머릿속의 세상이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에는 수없이 많은 모습으로 수없이 많은 삶을 살아가는 인연들이 있었고, 그들의 삶을 보며 각자가 그려내는 수 만개, 수 억개의 세상이 존재함을 실감했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비록 힘들었을 지라도, 여행을 가는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여행을 통해 나를 방해할 것 하나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삶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머릿속의 잡음 라디오를 끄고, 온전히 자연에 나를 내맡기고, 나를 모르는 인연들 앞에서 내가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맘껏 웃고, 대화하고, 놀라워했다.
마음이 복잡할 때, 망설이지 말고 일생 일대의 꿈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새로운 공간에서 생각을 온전히 쉬고, 놀라운 경험을 눈에 잘 담아두라.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삶이 지칠 때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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