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영
[The Psychology Times=최서영]
필자는 홀로 있는 것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홀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홀연히 떠나기도 한다. 비교적 시간이 많은 방학 때면 더욱이 ‘나’를 돌아보는 데에 집중한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예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 맛있는 것이 있거나 재미있는 게 있으면 친구 혹은 연인이 생각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필자가 혼자 노는 삶에 익숙해진 이유 중 하나는 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서이다. 홀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것을 원하고 있는지에 귀 기울이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어서 어느샌가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들의 삶처럼 살고 있었다.
‘독립’적인 삶이라 여긴 나의 삶이 그저 ‘고립’된 삶에 불과했다고 느낀 것은 올해 여름방학 때였다. 좋은 기회로 학교에서 주관하는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덕분에 타 학과 학우들과 친해질 좋은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껏 홀로 사는 것에 익숙해진 필자는 갑작스레 내 인생에 신경 써야 할 관계망들이 생겨나다 보니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학연수 중간중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기도 했는데 중간중간 결정의 순간들이 생길 때마다 남의 의견에 신경 쓰게 되고, 나의 의견보다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때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난 내가 가장 중요하고, 우선인 사람이었는데... 왜 남의 결정을 따르게 되고... 내 중심을 잡지 못하는 걸까...” 하며 혼란을 겪은 한 달이었다.
그렇게 짧은 여행 끝에 한국에 돌아와 나의 근본적인 성격적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혼자 있는 삶을 추구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다 보니 남에게 상처받을까 봐 무서워 고립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생을 고인 물처럼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는 이후부터 나의 성격적 결함들을 해결하고자 각종 기사, 유튜브 등 여러 검색 수단을 통해 찾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그리고 유사한 증상을 발견했다.
나는 의존성 성격장애일까?
DSM-IV(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 따르면, 의존성 성격장애란 타인에게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며, 지나친 정도의 욕구로 상대방에게 순종적인 특성을 가지며, 타인과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특성을 의미한다.
의존성 성격장애 환자들의 경우, 독립과 의존의 경계가 모호하여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자존감의 결여로 인해 발생한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존적인 사람은 자기 표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타인에 대한 대상 표상의 경우보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고 있다.
의존성 성격 장애가 있는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1. 남에게 맡겨버리려는 특성이 있다.
- 별것도 아닌 일에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부모님이나 친구 등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위와 같은 특성 때문에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때 어려움을 느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남의 의견만 듣고 이를 따라가기 바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착한 아이로 비칠 수도 있지만 사실상 남에게 책임과 선택을 떠맡겨 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2. 사람에게 잘 이용당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사람을 만나는 기준이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성격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상대를 선택하고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연유로 심하게 불이익을 당해도 관계를 지속하려고 하므로 반사회적 성격 혹은 자기애성 성격을 지닌 사람들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3. 혼자서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 타인에게 조언이나 피드백을 받기 전까지는 사사로운 것 하나에도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4. 비난에 민감하다.
- 타인의 평가에 대해 예민한 특성을 가지며, 같은 맥에서 비난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의존성 성격을 가진 이들은 대체로 자존감있으므로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5.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 남과 싸우는 것이 두려워 상대에게 맞추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기분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으며, 주변 상황에 따라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의존성 성격을 가진 자들에게
필자는 의존성 성격을 지닌 자들의 공통점을 조사하며 “아... 나도 이런 데” 하며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이며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용기 있으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과연 의존성 성격을 지닌 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남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좋고 싫음의 기준을 가지고 생각해 보고, 판단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평소 자신의 기분을 말로 내뱉는 연습을 하며,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기사
[참고문헌]
- 아동.청소년.성인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 2019.03.13 12:52, 2023. 09. 17, https://www.maum-sopoong.or.kr/infor_story/16157
- 노은정. "성격장애 진단검사 타당도 : 의존성과 회피성 성격장애 중심으로." 국내석사학위논문 충북대학교, 2008. 충청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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