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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천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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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함께 있으면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삶에는 이렇게 기쁨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불행과 아픔으로 고통받는 순간들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패로 인한 좌절, 물리적인 고통, 상대적 박탈감 등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 삶에서 상당 부분 차지하기도 한다. 우리가 느끼는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의 내면을 형성하고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행동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그 감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균형과 평화를 찾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슬픈 일을 잊어버리거나, 운동을 통해 기분을 전환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슬픈 영화 또는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 주로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과 동일한 정서의 활동에 참여하여 공감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비우는 경험을 하는데, 이때 겪는 과정이 ‘카타르시스’이다.



카타르시스란?


카타르시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내면의 해로운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비워지는 것을 뜻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詩學)≫에서 비극이 관객에 미치는 중요 작용의 하나로 카타르시스를 언급하면서, 그 의미가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따위가 해소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일’로 규정되고 있다. 하지만 카타르시스의 정의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설명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마다 다양한 관점에서 카타르시스를 해석하고, 다양한 범위에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본 용어의 의미는 정화(purification), 배출(purgation)로서,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 요소들이 사라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간혹 특정한 감정을 경험하거나 표현함으로써 내면의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고 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속 주인공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소설 속 남녀 주인공들이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 아프게 이별하는 장면을 보면서 크게 슬퍼한 뒤에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든 적이 있다면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카타르시스는 쾌감, 희열, 통쾌함과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주인공이 악당에게 고통받다가 이야기의 후반부 통쾌하게 복수하는 장면을 보았을 때 드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카타르시스는 ‘감정의 정화’, ‘부정적 감정의 배출’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긍정적인 감정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묻어버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카타르시스를 통한 부정적인 감정의 해소


카타르시스는 영화나 문학작품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경험할 수 있다. 예컨대 예술은 우리에게 감정의 표현과 공감을 제공함으로써 카타르시스의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 간혹 우울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우울한 느낌의 음악만 찾아 듣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앞서 언급한 비극을 통해 얻는 것과 같은 효과로, 우울하고 슬픈 부정적인 감정을 동일한 정서의 음악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현재 자신의 부정적인 상태를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말하는 사람은 어떠한 해결방안이나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도 그저 상대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부정적인 감정의 해소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도 정화와 배출의 의미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카타르시스는 우리의 내면을 정화시키고 감정적인 해방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예술과 문학을 통해 감정을 경험하고 공감함으로써, 또한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으면서 카타르시스를 실현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정신적인 건강과 평온함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적인 부담을 덜어내고, 더욱 건강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와 감정적인 고통을 겪을 때 다른 일로 기분을 전환시키고 잠시 고통을 잊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만, 가끔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감정과 직면하여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도 감정을 관리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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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선형, 「미메시스에서 카타르시스로 : 쾌감과 치유」,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 제11권 제8호,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2017

권혁성,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극의 카타르시스 : 주도적 해석들의 재검토를 통한 새로운 해석의 시도」, 『서양고전학연구』 제53권 제1호, 한국서양고전학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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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23 10: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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