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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지혜 ]


사랑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불현듯이 찾아온다. 나도 모르는 순간에 풍덩, 한 사람한테 빠져있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고 시간과 감정으로 인하여 사랑이 모두 소모되고 결국에는 소멸한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었건만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감정을 떠올리면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분명 좋은 사람이었고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에 그와 연인이 됐던 것인데, 남남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그가 못되고 나쁜 사람으로 생각된다.

 

‘내가 쟤를 왜 좋아했지?’

 

카너먼(Kahneman)은 하나의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A그룹은 손을 얼음물에 60초 동안 담그게 하였고 B그룹도 얼음물에 60초 동안 손을 담그게 하고 후에 조금 덜 차가운 물에 30초 동안 손을 담그게 하였다. 손을 얼음물에 담그고 있던 시간은 B그룹이 더 길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B그룹의 경험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인간의 자아는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로 나누어지는데, 경험자아는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대략 3초 정도-순간적인 상태의 자아를 뜻하며, 기억자아는 우리의 삶을 과거를 통해 꺼내고 이어가는 자아를 가리킨다. 기억자아는 단순히 기억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고, 기억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반면 우리가 체험하는 것을 단기간(대략 3초) 기억하는 경험자아는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즉, 사람이 경험을 다시 회상할 때의 감정들은 경험의 시간, 실제 쾌락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절정과 끝의 순간으로 경험의 전체를 평균 낸다. 즉, 마지막 기억으로 경험했을 때의 정서를 덮어버린다는 것인데 이러한 개념을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이라고 한다. ‘절정(Peak)’과 ‘끝(End)’의 기억이 사람의 장기기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인간은 복잡한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단순하게 저장하여 기억하려고 한다.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은 이러한 인지편향인 휴리스틱에서 근거하였다.

 

생각해 보자. 새로운 상대를 인식하게 됐던 첫 만남, 그리고 대화를 통해 나누었던 서로의 내면, 그리고 함께했기에 아름답게 빛났던 기억들. 그것들이 정말로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었음을 가리키는 것일까? 물론 실제로 사랑했던 연인이 나에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사람일 수도 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등장인물 클레멘타인이 조엘과의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운다. 둘의 마지막 만남에서 조엘이 실언을 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의 마지막이자 절정의 기억이 조엘과의 추억의 색깔을 결정지었다고 할 수 있다.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은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느낄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섰을 때 종업원이 예의 없게 굴었거나, 혹은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이 상했었다면 그 음식점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을 것이다. 등산 또한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을 적용할 수 있다. 산을 오를 때에는 매우 힘들지만, 절정(Peak)인 산에 오르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그 순간, 그 순간으로 힘들었던 경험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아무리 고된 일들을 겪었더라도 인생의 마지막 경험이 행복하게 기억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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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Daniel Kahneman. The riddle of experience vs. memory. TED Ed. The riddle of experience vs.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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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26 08: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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