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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상준 ]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정의의 여신



인공지능의 시대



올 초 큰 화제를 모았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ChatGPT)에 대해 알고 계실 겁니다.

기존 대화형 인공지능에서 볼 수 없던 수준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뿐더러, 의사 면허 시험과 변호사 시험까지 통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 우려가 제기되었으며,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절멸시킬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 속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 빙(Bing)은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고, 유튜브에서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이용한 AI 커버곡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 년도 되지 않는 새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되어 버린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인공지능이 많든 창작물의 저작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인공지능 개발에 소모되는 전력 자원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고려해야 한다"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재판을 받는다면 '인공지능 판사'를 선택하겠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습니다.

2020년 수행된 한 여론조사(한국리서치, 2020)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6퍼센트가 법원 판결에 신뢰하지 않으며, 86퍼센트가 판사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며 일관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48퍼센트의 응답자는 "만약 내가 재판을 받는다면 '인공지능(AI) 판사'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39퍼센트의 응답자만이 "인간 판사를 선택하겠다"고 답하였습니다.

조사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판사들에 비해 인공지능(AI) 판사가 더욱 공정하고, 중립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이 인공지능 판사의 재판을 받게 된다면



한 연구(도은영 외, 2021)에서는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인공지능 판사의 판결을 수용하는 정도(수용도)를 실험하였습니다.

실험에서 상정한 사건은 총 네 가지입니다.

 

ⓐ 모르는 사람이 차선을 변경하던 중, 옆 차를 친 것을 알지 못하고 현장을 떠난 사건 / 피해자는 다치지 않음

ⓑ 모르는 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다 갓길에서 낚시하는 사람을 치고 현장을 떠난 사건 / 피해자 사망

ⓒ 당신의 아버지가 차선을 변경하던 중, 옆 차를 친 것을 알지 못하고 현장을 떠난 사건 / 피해자는 다치지 않음

ⓓ 당신의 아버지가 음주운전을 하다 갓길에서 낚시하는 사람을 치고 현장을 떠난 사건 / 피해자 사망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재판의 피고인이 모르는 사람인 경우와 가까운 사람인 경우(관여도), 사건이 경미한 경우와 심각한 경우(심각성)에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표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심각성 낮음 (접촉 사고)심각성 높음 (인명 사고)
관여도 낮음 (제삼자)
관여도 높음 (가족)

 



내 사건은 인간 판사가, 남의 사건은 인공지능 판사가



그 결과, 사건에 따라 사람들이 인공지능 판사의 판결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건의 피고인이 모르는 사람인 경우(관여도 낮음)에, 사람들은 접촉 사고(심각성 낮음)보다 음주운전 인명 사고(심각성 높음)에서 인공지능 판사의 판결에 대한 수용도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피고인이 아버지인 경우 이와 반대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아버지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관여도 높음)에는, 음주운전 인명 사고(심각성 높음)보다 접촉 사고(심각성 낮음)일 때 인공지능 판사의 판결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컨대, 사람들은 제삼자의 경우 중대한 범죄일 때 인공지능 판사를 더 선호하고, 내 가족일 경우 경미한 범죄일 때 인공지능 판사를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심각성 낮음 (접촉 사고)심각성 높음 (인명 사고)
관여도 낮음 (제삼자)인간 판사인공지능 판사
관여도 높음 (가족)인공지능 판사인간 판사




어쨌든 객관적인 것은 인공지능 판사?



연구에서 범죄의 종류(성범죄, 저작권 침해)를 바꾸어 실험한 경우에도 위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고유성 무시' 때문으로 보았습니다.

고유성 무시란 사람들의 두 가지 신념의 불일치에서 발생합니다.


①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를 독특하고 남들과는 다른 존재로 여긴다(고유성)

② 사람들은 기계를 모든 경우에 표준화되고 일괄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여긴다


즉, 사람들은 인공지능 판사가 인간 판사만큼 피고인의 고유성을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나와 내 가족의 경우에는 인간 판사가,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인공지능 판사가 재판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앞선 여론조사 결과에서 사람들이 법원 판결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응답한 결과와도 이어집니다.

 

연구 결과와 여론조사 결과 모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게 판단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공지능 판사가 인간 판사보다 더 객관적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인공지능 판사가 사람들을 재판하는 모습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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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도은영, 이국희, 정지은. (2021). 사건 관여도와 심각성이 인공지능 판결에 대한 수용도에 미치는 효과. 인지과학, 32(4), 169-191.

박강서. (2020). 판결의 온도차 – 사법부와 국민 법 감정 사이. 한국리서치.

배종찬. (2023). 빅데이터로 분석한 김명수 사법부_김명수 6년 겪은 국민들, 인간 판사 대신 인공지능(AI) 판사 택했다. 월간중앙,, 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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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27 18: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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