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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고민우 ]


정보통신기술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시공간 구애받지 않고 기억하고 공유한다. 정보화 시대에서 익명성과 의사소통의 자유로움은 어쩌면, 정보통신기술을 급격하게 발전시킨 이유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정보의 자유를 누비고 있는 동안, 누군가는 과도한 혹은 사생활 정보 공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의 그림자이자, 정보가 노출되는 것으로부터 개인을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시기임을 암시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잊혀질 권리와 중요성


잊혀질 권리는 망각(忘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망각은 인간이 서서히 오래된 기억을 지우고 살아가게 한다. 망각이 없으면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망각은 인간의 본질이자 당연시해져야 할 특성이다. 하지만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가공하는 빅데이터 시대는 인간에게서 망각의 특성을 희석하고 있다. 이에 ‘잊혀질 권리’에 대한 개념과 제도 수렴 필요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peterschreiber.media / GettyImages

사실, 우리나라에서 잊혀질 권리는 10여 년 전부터 논의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같은 다른 기본권과 적절한 이해관계와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확립되지 않았다. 또한 특정 법률에 규정됨으로 인정될 수 있는 법적인 권리인지, 아니면 헌법상의 권리인지, 만약 헌법상의 권리라면 그 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합의되지 않고 있어 개념과 범위, 실현 방안 등이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유럽연합(EU)은 잊혀질 권리를 헌법상의 권리로 파악하며 「개인의 데이터가 부적절하고, 목적 이상으로 과도한 경우, 검색된 정보를 검색엔진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 인정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의 판결과 기업의 변화


과거 검색엔진 기업과 같은 정보제공자는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플랫폼일 뿐, 중립적인 제3자로써 제공되는 정보들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2012년 스페인의 어느 변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구글(Google)에 검색하면 자신이 1998년 압류당한 사실을 보도한 신문사의 기사가 검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신문 기사 링크가 검색엔진 검색 결과에 표시되지 않도록 소를 제기하면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support.google.com 제공

유럽사법재판소는 정보 주체의 권리와 사용자와 알권리를 이익 형량한 결과, 정보가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검색엔진의 도움 없이는 그 정보를 찾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 정보 주체의 권리 침해가 중대해지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서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구글에 있다고 판단한 판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는 잊혀질 권리에 대해 범위, 실현 방안, 제도 수렴에 있어 중요한 판결로 남게 되었고 기업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구글은 잊혀질 권리에 관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 역시 개인과 관련된 검색 결과를 삭제하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관련된 정보가 완전히 지워진다면 이상적인 잊혀질 권리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완전히’라는 요구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극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삶을 마감하고 나서도 공개된 정보는 대중들의 검색에 의해 빠르게 제공될 것이다. 이는 세상이 변화하면서, 정보통신기술을 우리도 모르게 수용했기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인격을 보호하고, 조금 더 건전하고 자유로운 정보화 시대를 가꾸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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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정세은. (2018). 잊혀질 권리와 기본권. 고려법학, 88(0), 35-66. 10.36532/kulri.2018.88.35

이권일. (2023). 디지털 데이터와 잊혀질 권리. 저스티스,(194-2), 171-196, 10.29305/tj.2023.2.194.171

이부하. (2022). 디지털 사회에서 익명표현의 자유와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적 고찰. 홍익법학, 23(3), 13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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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17 17:46:11
  • 수정 2024-02-12 15: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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