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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상준 ]




폭주하는 열차



당신은 열차 기관사입니다.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이 당신은 열차를 운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열차는 최고 속도로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 철로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보입니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당장 브레이크를 잡아 열차를 멈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멀쩡하던 브레이크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제 열차를 멈춰 세울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만이 주어졌습니다.

하나는 지금 열차가 가고 있는 선로를 유지하여 다섯 명의 인부와 충돌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선로 변환 레버를 당겨 열차를 예비 선로로 가게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한다면 한 명의 인부와 충돌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레버를 당기시겠습니까?



이어서, 다른 상황을 가정하여 보겠습니다.

열차가 다섯 명의 인부와 충돌하게 된 상황은 동일하나, 이번에는 예비 선로가 없습니다.

당신은 열차 기관사가 아니라 열차 선로 위 육교 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옆에는 뚱뚱한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남자를 난간 밖으로 밀어 열차와 충돌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열차는 탈선하여 작업하던 인부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공리주의와 의무론



이 유명한 사고실험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학적 물음에 답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하는 선택은 공리주의적 관점을 대변합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자들은 한 명의 목숨보다 다섯 명의 목숨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떠한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주장도 있습니다.

의무론적 관점에 따르면, 인간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상황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첫 번째 질문에는 선로를 바꿔 한 명의 인부와 충돌하는 것을 선택하는 반면 두 번째 질문에는 옆 사람을 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두 상황은 한 명의 목숨을 희생하여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유사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두 질문에 대해 다른 답을 내놓는다는 점은 일견 모순되는 것 같습니다.

 



선택의 상황



실험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은 이러한 모순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단서를 제시합니다.

그는 fMRI를 통해 위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의 뇌에서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하였습니다.

fMRI는 일종의 뇌 스캐너로 뇌의 혈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데, 뇌의 특정 영역의 혈류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 영역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 결과, 선로를 전환하는 상황이 제시되었을 때 사람들의 뇌에서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육교에서 사람을 미는 상황이 제시된 경우에는 사람들의 뇌에서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고, 선로를 전환하는 상황보다 편도체가 더 활성화된다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작업 기억과 논리적 판단과 관련되어 있고,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감정적 판단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편도체는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공포 반응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요컨대, 사람을 밀 때는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이, 레버를 당길 때에는 이성과 관련된 뇌 영역이 더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정서와 도덕 판단



그렇다면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연구자들은 인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이러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레버를 당기는 행동과 사람을 밀어서 육교 밑으로 떨어뜨리는 행동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사람과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라는 것을 지적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레버를 당기는 행동과 달리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는 행동은 직접적인 살인 행위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행동은 강력한 정서적 거부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다섯 명의 목숨이 한 명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논리적 판단에 앞서 정서적 판단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결과가 가치 판단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정서적 반응에 영향을 받은 도덕 판단이라고 해서 논리적·이성적이지 못하다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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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닐 레비. (2011). 신경윤리학이란 무엇인가. 바다출판사.

조슈아 그린. (2017). 옳고 그름. 시공사.

Greene, J. D., Sommerville, R. B., Nystrom, L. E., Darley, J. M., & Cohen, J. D. (2001). An fMRI Investigation of Emotional Engagement in Moral Judgment. Science, 293(5537), 2105–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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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05 16: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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