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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고민우 ]


감자 머리에 진한 눈썹을 가진 5살 유치원생 짱구는, 1999년에 처음 반영되어 지금까지 어린 시절을 대표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그간,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나 보는 영화 종류라고 생각했기에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짱구는못말려 극장판: 어른제국의 역습’ 편을 다시 보니 큰 오산임을 느끼게 되었다. 마냥 순수하고 천방지축(天方地軸)한 짱구의 모습 속에, 어린 시절 보이지 않았던 삶과 사회 현실에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제작되어, 80년대 고도 경제성장과 90년대 경기침체와 같은 해당 국가의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색채가 묻어난다. 또한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 차이를 대립화하여 보여주며,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어른들은 과거에 냄새를 만들고 전파하는 20세기 박물관을 중심으로, 향수를 느끼고, 화려한 과거의 것들을 현재의 연속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처럼 추억에 빠져 할 일을 내팽개치고 있는 무책임한 어른들을 구하는 이야기이다.


SHIN-EI ANIMATI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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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사람들에겐 꿈과 희망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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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다들 더러운 욕망과 돈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야. 우리가 꿈꾸던 21세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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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누구나 성숙한 줄 알았어요.


사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른은 당연히 성숙해야 하는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어른이 되면 성숙해져 있을 거라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달콤한 과자를 좋아하지 않고, 언제든지 혼자 여행을 다닐 수 있고, 세월이 지날수록 배움이 풍부해지고, 어떤 상황에서 든 책임감 있는 모습을 지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필자가 꿈꾸던 ‘어른의 상’ 이였던 것 같다. 타인이 이를 듣는다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나 흑백논리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막상 성인이라고 부르는 나이가 되어보니 선택의 기회는 많아졌지만, 책임의 무게가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고 불안정한 미래에 늘 불안을 느낀다. 소개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어른처럼 어린 시절 순수했던, 언제든지 부모님의 그늘 안에서 쉴 수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빠지고는 한다.


SHIN-EI ANIMATI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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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랑 아빠랑 짱아랑, 흰둥이랑 같이 살고 싶으니까..

싸우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지만 같이 있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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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과거 영광과 편안함을 회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필자는 애니메이션에서 힌트를 얻어가려고 한다. 정확히는 과거의 냄새를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인 짱구 가족이 철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장면이다.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철탑은 매우 높아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우리의 불투명한 미래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지 추측해 본다. 또한 현재와 미래를 지키기 위해 질주하는 짱구의 모습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마음의 여유 없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비유하는 것 같아 여운을 남겨준다.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오는 마무리 부분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가정의 화목함과 소소한 행복을 암시한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성숙한 어른'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보기 전과 후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어른의 모습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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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임사무엘. (2020). 영화 <크레용 신짱: 어른제국의 역습>의 문화기호학적 연구. 문학과 영상, 21(2), 407-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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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9 00: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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