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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지하철에 타면 책을 읽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를 마주할 수 있다. 지하철 한 칸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한 명에서 두 명쯤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청소년의 경우 2020년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평균 주중에는 4.7시간, 주말에는 6.7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독서를 하는 이들도 적고,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성인의 비율은 46.9%에 해당하는데, 이는 10명 중 7명 이상 책을 읽은 2011년의 결과와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인 담론과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sns와 같은 매체는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고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 인스타그램에 우리는 멋진 모습을 공개하면서 드러내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다보면, 정작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게시물이 그 사람을 보여주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집착하게 되곤 한다.


“스마트폰을 만지다 하루가 다 갔다”, “오늘은 머리에 남는 게 없이 보낸 것 같다”라는 말을 하는 우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심리학자이다. 몰입하게 되면 우리는 다른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하게 한 가지에 집중하면서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해진다.


필자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몰입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주 ‘나 혼자 산다’에서 만화가 기안84가 보여준 모습에서였다. MBC 연예 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음에도, 새해 첫날 기안 씨가 숙취를 풀고 찾아간 장소는 매일 가던 자신의 작업실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하루가 다 지나가는 것을 모를 정도로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그림을 그렸다.



필자의 경우 좋아하는 주제를 접하면 관련된 내용과 말하는 이의 생각을 적어두었다가, 책과 같은 자료를 보며 생각하고 느낀 것을 덧붙여 기록하곤 한다. 몇 시간의 몰입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연락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담은 이야기를 공유한다. 해질녘 즈음에는 산책하면서 다시 정리하고 새겨본다. 이런 과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고도 깊게 만들어 주기에 필자에게 가장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한 번쯤 몰입해본 경험이 있다면, 주변 이들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설 읽기와 공감 능력


요크대학교 심리학 교수 레이먼드 마는 소설 읽기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참가한 이들은 소설 작가와 소설이 아닌 작가, 그리고 이와 관련 없는 인물이 구분 없이 적힌 종이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동그라미 표시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 연구자들은 소설을 익히 접해본 이들이 소설 작가의 이름도 떠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 참가자들은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의 눈 주위가 보이는 사진을 관찰하고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말해보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 생기고 있는지, 이들은 어떤 관계인지 등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소설 읽기를 즐겨한 이들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요한 하리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에서의 말을 빌리자면, 독서는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이라는 말과 결이 같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렌즈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고 공감하는 경험을 한다. 소셜미디어와 관련해서도, 짧은 영상보다는 긴 영화를 보는 게 좋다는 연구도 존재한다고 하니 주목해보자.




다시 몰입하여 살아가기




이제는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가는 여정에 첫발을 띄워보려 한다.

처음에는 한 번에 하나의 목표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과제를 두 시간 동안 할 거야”, “지금은 30분 걷는 것만 해볼 거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실천해본다. 주의할 것은 멀티태스킹, 즉 두 개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하는 일은 자신에게 ‘의미’를 주는 일이어야 한다. 의미 없이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질문해보았을 때 스스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을 택해야 지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다.


이후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도까지 그 일에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굉장히 쉬운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오늘 하루 10분 동안 책을 읽었다면, 내일은 20분 읽기, 그다음 날은 30분 읽기에 도전하는 식으로 서서히 시간을 늘려 자신의 생각과 깊이를 더해본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다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돌려주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게 집중력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싶겠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할 아이들을 길러내는 데 중요한 일이기에 그렇다.

학교가 끝나면 자유롭게 밖을 나가 친구들과 놀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운동장에서 술래잡기하고 축구공을 차던 즐거움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를 오고 가다가, 저녁 시간이 되면 어른들이 말하는 소리에 집에 들어가 만화를 보며 함께 밥을 먹던 따뜻한 기억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밖에 나가 몰입하여 체험하는 소소한 과정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모험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처럼,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튼튼해진다는 말을 기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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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매일신문. 책 덮은 대한민국, 당신은?…1년간 단 한권도 안읽은 성인 53%. (2022.10.09).

https://www.mk.co.kr/news/society/10482768

메디컬타임스. 우리나라 청소년 평일 평균 4.7시간 스마트폰 사용한다. (2023.08.11). https://www.medicaltimes.com/Main/News/NewsView.html?ID=1154937

요한 하리. (2023). 도둑맞은 집중력. 어크로스


사진 출처

나 혼자 산다. 연예대상 다음날 축하 문자에 답장하고 본업 하느라 바쁜 일상 보내는 대상84. https://www.youtube.com/watch?v=ZhuCcWm5M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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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18 07: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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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lcy27352024-01-21 17:25:54

    몰입을 잘 하기 위해서는 몰입의 즐거움을 깨닫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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